111년 동안 전 세계인에게 사랑 받아온 스포츠 브랜드가 있다. 우리에게 F 로고로 익숙한 휠라(FILA)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휠라는 1911년 이탈리아 북부 비엘라 지방에서 탄생한 스포츠 브랜드다.
휠라는 ‘이탈리아의 자존심’이라고 불릴 만큼 세계적인 스포츠 브랜드로 성장했다. 휠라가 111년의 세월 동안 사랑 받을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패션의 본고장 이탈리아에서 탄생한 휠라
1911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북쪽에 위치한 작은 도시 비엘라. 지역적 특색을 이용해 목공업에 종사하던 휠라가 형제들은 천혜의 자원을 바탕으로 니트웨어와 언더웨어 사업을 시작했다.이 사업은 휠라 브랜드의 시초가 됐다.
태양과 포도주, 예술을 사랑하는 이탈리아인들만의 독특한 컬러 감각을 의류 디자인에 반영했으며 1923년에는 남성과 여성, 아동의류 라인까지 확장해 본격 사업체의 모습을 갖췄다.
1970년대에 들어서며 휠라는 니트, 언더웨어 대신 기능성과 착용감을 결합한 스포츠웨어로 사업 영역을 새롭게 개척했다. 지금까지도 휠라를 대표하는 피케 티셔츠(화이트에 네이비, 레드 스트라이프로 포인트를 가미)도 이 시기에 탄생했다.
이 시기에는 휠라를 상징하는 브랜드 로고체가 완성됐으며 자동차로 유명한 피아트 그룹의 인수를 통해 휠라는 세계적인 스포츠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맞게 된다.
◆비욘 보그 후원하며 스포츠 마케팅 포문 연 휠라
휠라는 1970년대 스웨덴 출신의 테니스 스타 비욘 보그에게 의류를 후원하며 스포츠 마케팅을 본격화했다.
테니스 유니폼은 항상 ‘흰색’이어야 한다는 불문율을 깨고 컬러풀하고 모던한 유니폼으로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단순히 유니폼 전면에 로고를 새겨 넣는 걸 넘어 선수 개성과 특성에 맞춘 유니폼으로 새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이를 시작으로 휠라는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14개 봉을 무산소로 등정한 산악인 라인홀트 메스너, 테니스 여제 모니카 셀레스, 킴 클리스터스, 이탈리아 스키 영웅 알베르토 톰바 등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들을 후원했다.
현재도 다양한 스포츠 종목과 선수들을 후원하고 있다. 테니스 종목의 경우 지난해 윔블던 여자 단식 부문 우승자인 애슐리 바티, 준우승자 카롤리나 플리스코바를 비롯해 국내 테니스 플레이어 권순우도 휠라 패밀리로 활약 중이다.
1980년대에는 미국에서 의류에 이어 처음으로 신발, 스포츠화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NBA 스타들의 인기가 절정에 달했던 1990년대에는 프로 농구 선수들이 착용한 하이탑 농구화를 출시했다.
그랜트 힐, 제리 스택하우스, 래리 존슨 등 당대 NBA 스타들의 시그니처 슈즈는 대히트를 기록했다. 이때 출시됐던 ‘그랜트 힐’, ‘스파게티’, ‘FX-100’ 등은 휠라의 아이코닉 슈즈로 자리매김했다.
◆휠라코리아, 글로벌 사업권 인수로 ‘꼬리가 몸통을 삼키다’
이탈리아에서 탄생한 브랜드 휠라는 2000년 초반 미국으로 본사가 이전됐다. 1991년 이탈리아 본사의 한국 법인으로 설립된 휠라코리아는 2005년 법인 독립에 이어 2007년 글로벌 휠라 본사를 인수했다.
이 사건은 ‘꼬리가 몸통을 삼켰다’는 평을 받으며 성공적인 인수·합병(M&A) 사례로 화제를 모았다. 글로벌 브랜드 인수를 공식 선포한 휠라코리아는 휠라 역사상 가장 단기간 내에 성과를 거둔 업적을 남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수 이후 휠라홀딩스는 70여 개국에서 전개 중인 브랜드의 본사 역할을 하고 있다. 휠라코리아와 휠라USA는 자회사 형태로 운영되고 있으며 휠라차이나는 중국 안타(ANTA)와 조인트 벤처를 설립해 운영 중이다. 기타 국가의 경우 지역별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고유의 헤리티지로 전 세계 팬들과의 소통·교감 이어가
휠라는 2016년 브랜드 리뉴얼을 계기로 휠라 고유 헤리티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 가장 휠라스러우면서도 새로움을 가미한 모습으로 전 세계 소비자와 만나고 있다.
러시아 디자이너 고샤 루브친스키, 펜디 등 세계적인 디자이너는 물론 펩시, 메로나 등 장르를 막론한 이색 협업을 선보이며 ‘휠라버레이션(휠라+컬래버레이션)’이라는 별칭을 얻으며 화제를 모았다.
또 스포츠 브랜드로는 드물게 2018, 2019년 밀란패션위크에 참가하며 색다른 모습을 선보이기도 했다. 어글리 슈즈, 빅로고 티셔츠 등을 줄곧 출시하며 스포츠 패션 트렌드를 리드해 가고 있다.
110살이었던 지난해에는 세계적인 스타일리스트와의 컬렉션 론칭을 시작으로 브랜드의 상징적인 슈즈 11종을 엄선해 순차적으로 선보였다.
휠라 관계자는 “111살을 맞은 2022년 휠라는 풍부한 아카이브와 히스토리, 헤리티지를 바탕으로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휠라만의 브랜드 가치를 다양한 모습으로 전하기 위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