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반정부 시위 과정에서 10대 소녀들이 잇따라 목숨을 잃고 있다.
영국 BBC 방송은 10일 16세 소녀 니카 샤카라미가 죽기 전 시위에 참가한 모습을 온라인에 올라온 동영상을 통해 볼 수 있다고 보도했다.
동영상을 보면, 니카는 지난 9월 20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다른 사람들이 정부에 저항하는 구호를 외치는 동안 대형 쓰레기 수거통 위에 올라가 히잡을 태우고 있다. 니카는 이후 친구에게 경찰에 의해 쫓기고 있다고 말한 뒤 사라졌다.
이란 정부는 니카가 공사장 건물에서 추락해 숨졌다고 주장했지만 가족은 그녀가 이슬람혁명수비대에 의해 납치돼 일주일간 심문을 받았으며 그 뒤 교도소에 수감됐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지난주 이란 국영 TV는 니카로 보이는 10대 소녀 또는 여성이 골목으로 걸어가 문을 열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담긴 흐릿한 영상을 방송했다.
그러나 니카 어머니는 BBC 페르시안과 인터뷰에서 국영 TV가 방송한 영상 속 인물은 자신의 딸이 아니라고 말했다. 가족과 가까운 다른 소식통도 니카처럼 걷지 않았다고 전했다.
니카 어머니는 또 사망한 딸의 형제·자매가 당국에 의해 구금돼 있는 동안 니카의 죽음에 대해 거짓 진술하도록 강요받았다고 주장했다.
니카 어머니는 “그들(이란 당국)은 내 동생의 네 살배기 아이까지도 구금하겠다고 위협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니카의 남자 형제인 모센은 지난 5일 밤 TV에 출연해 현재 진행중인 반정부 시위에 반대하는 연설을 했으며, 카메라가 꺼졌을 때 누군가가 그에게 “말해, 이 쓰레기 같은 자식아!”라고 속삭이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고 BBC는 전했다.
니카의 자매 아타쉬는 니카가 “건물에서 떨어져 사망했다”고 말했으며, 이런 내용의 성명을 발표한 후 석방됐다.
니카 가족은 딸이 실종된지 10일만에 사망한 채 영안실에 있다는 것을 알았고,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관리들이 몇 초 동안만 얼굴을 볼 수 있도록 허용했다고 말했다. 아타쉬도 혁명수비대가 니카를 5일 동안 구금한 후 교도소 당국에 넘겼다고 자신에게 말했다고 전했다.
니카 어머니는 딸이 최근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온 영상에서 시위에 참석한지 몇 시간만에 사라졌다고 말했다. 동영상 중 하나는 한 소녀가 검은색 옷을 입고 거리의 쓰레기 수거통 위에 서서 히잡을 불태우는 모습이 보인다. 이 소녀의 주변에 있는 군중들은 “독재자에게 죽음을”이라고 외치고 있다. 여기사 독재자는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말한다.
다른 영상에서는 다른 각도에서 이 소녀가 히잡을 불태우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니카 어머니는 “니카처럼 나도 어렸을 때부터 히잡 착용 의무에 반대했다. 하지만 우리 세대는 저항할 만큼 용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내 또래 사람들은 수년간 억압, 협박, 굴욕을 받아들였지만, 내 딸은 저항했고 그녀는 그럴 권리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22세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란 종교경찰에 의해 체포된 후 사망하면서 반정부 시위는 촉발됐다. 이란 ‘Z세대’가 현재 반정부 시위를 이끌고 있다. Z세대는 1997년에서 2012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를 말한다.
니카는 이번 사태 이후 살해된 유일한 젊은 여성 시위자가 아니다. 하디스 나자피(22)는 지난 9월 21일 테헤란 서부 카라지에서 시위를 하던 중 보안군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또 다른 16세 소녀 사리나 에스마일자데 역시 같은 달 23일 카라지에서 시위를 벌이던 중 보안군이 휘두른 지휘봉으로 머리를 심하게 구타당한 뒤 사망했다.
이란 아동권리보호협회는 10일 시위 과정에서 총 28명의 아동이 사망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른 많은 어린이들이 체포돼 구금시설에 수감돼 있다고 이 협회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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