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이스라엘 보복 공격이 대부분 실패로 끝난 건 공격 계획을 사전에 알려 대비할 시간을 충분히 제공한 일종의 의도적 계략으로 평가된다.
자국 영사관 공습에 보복하겠다는 의지는 공개적으로 드러내되, 이스라엘과 대대적인 전면전은 피하겠다는 셈법으로 풀이된다.
이란은 지난 13일(현지시각) 밤 드론과 미사일 350여대를 이스라엘 영토를 향해 발사했다.
지난 1일 이스라엘이 시리아 주재 다마스쿠스 영사관을 공습해 이란의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쿠드스군 고위 지휘관을 포함한 군 관계자 7명이 사망한 데 따른 보복이다.
공격 규모에 견줘 이스라엘이 입은 피해는 극히 미미하다. 이스라엘 방위군(IDF)은 이번 공격 중 99%를 요격했으며, 탄도 미사일 몇 기만 이스라엘 영토에 이르렀다고 발표했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요르단도 요격을 도왔다.
이스라엘 남부 베두인 마을의 7세 소녀가 파편에 맞아 중상을 입은 것 외 인적 피해도 없었다. 군사 기지도 일부 제한적 타격을 입었다.
미국 CNN은 이를 두고 “이란의 작전은 사상자를 최소화하는 동시에 볼거리를 극대화하기 위해 고도로 계획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에 실질적인 타격을 입히기보다 상징적인 의도로 단행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란이 이스라엘로부터 1600㎞ 떨어진 자국 영토에서 사살용 드론을 보낸 것 자체가 이스라엘에 몇 시간 전 사전 통보를 한 셈이다.
이란은 공격 수일 전부터 공격 계획을 알리기도 했다. 일부 외신에 따르면 이란은 튀르키예 등을 통해 미국 등에 보복 공격 계획을 전했다. 실제 미국 언론에선 주말 전부터 미국과 이스라엘 관료를 인용해 이란이 곧 공격에 나설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었다.
호세인 아미르 압돌라히안 이란 외교장관도 공격 72시간 전 미국의 주요 동맹국을 포함해 주변국에 계획을 통지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히진 못했지만, 전 세계에 주는 압박감은 상당했다. 드론과 미사일이 중동 상공을 가로질러 이스라엘로 향하는 약 4시간 동안 국제사회는 숨죽이며 주시했다.
이에 이번 공격은 이스라엘 보복이라는 대외적 목적보다 내부 달래기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스라엘이 지난 수년간 이란 고위 관료들을 암살하는데도 이란 지도부가 적극 대응하지 않는다는 반발 여론을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브뤼셀 기반 국제위기감시그룹 소속 이란 분석가 알리 바에즈는 뉴욕타임스(NYT)에 “최근 10일간 이란 정권에 대한 상향식 압박 정도는 전례 없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시리아·레바논·예멘·이라크 내 대리 세력을 통하지 않고 이란 영토에서 직접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 작전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과시하려는 의도도 있다.
이란이 그간 대리 세력을 통한 ‘그림자 전쟁’을 벌이면서 받은 ‘종이호랑이’ 평가를 불식하겠다는 취지다. 바에즈는 이번 공격이 이스라엘에 직접 보복할 수 있다는 이란의 의지를 대리 단체에 보여주기 위함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면전을 피하겠다는 의도도 보인다. 이란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 시절부터 이어진 경제 제재로 큰 타격을 입었으며, 정부의 억압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변수는 이스라엘이 어떻게 대응할지다. 이스라엘 전시내각은 이날 수 시간에 걸친 회의 끝에 이란 공격에 재보복하기로 결의했다. 대응 시기 및 규모는 결정하지 않았다.
다만 미국이 대응에 완강히 반대하고 있는 만큼 이스라엘로선 부담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재보복에 가담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으며, 이스라엘도 미국 도움 없이 이란을 공격할 여력은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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