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표적 일간지 뉴욕타임스(NYT)가 러시아 정부의 언론통제 강화로 현지에서 기자단을 철수한다. NYT가 러시아 기자단을 철수 시키는 것은 1921년 이후 100년 만에 처음이다.
8일(현지시간) 가디언 등에 다르면 NYT는 이날 러시아에 파견된 기자단을 해외로 철수시킨다고 밝혔다.
NYT의 대변인은 “러시아의 새로운 법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 대해 독립적이고 정확한 뉴스 보도를 범죄화 하려는 것”이라며 “러시아에서 일하는 우리 편집 인력의 안전과 보안을 위해 일단 해외로 철수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NYT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가짜뉴스’를 처벌하겠다며 언론통제법을 시행하면서 현지에서 우크라이나 사태 보도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닐 맥파퀴아 전 NYT 모스크바 지국장은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는 항상 중요한 나라, 중요한 이야기로 여겨져 왔지만, 러시아가 그 오랜 전통을 없앴다”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는 1921년 이후 비자 문제로 인해 한두 차례 어려움이 있었지만 러시아에 계속 기자들을 보내왔다”며 “스탈린도, 냉전도, 아무것도 우리를 몰아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의회는 지난 4일 언론 통제를 강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이튿날인 5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서명하면서 시행에 들어갔다.
이 법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사태에 관해 자국 정부 입장과 다른 보도 시 가짜뉴스로 간주하고 최대 징역 3년이나 벌금형을 선고하도록 했다.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 경우엔 징역 15년도 가능하다.
이로 인해 많은 러시아 언론이 문을 닫고 세계적 언론 매체들도 러시아에서 철수하고 있다.
지난 주말 영국 공영 BBC, 미국 CNN 방송, 캐나다 공영 CBC 방송, 블룸버그 통신, 스페인 EFE 통신, 이탈리아 공영방송 RAI, 독일 공영방송 ARD 및 ZDF 등이 러시아에서 업무를 중단하기로 했다.
다만 BBC는 업무 중단 발표 나흘 만인 8일 러시아 현지 보도를 재개하기로 했다.
BBC는 성명을 통해 러시아가 만든 새로운 법의 영향과 러시아 내에서 보도해야 하는 긴급한 필요성을 신중히 검토한 끝에 업무 재개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BBC는 “우리의 엄격한 편집 기준에 따라 독립적이고 공정하게 보도할 것”이라며 “러시아에 있는 직원 안전이 우리의 최우선”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