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파워 오브 도그'(The Power of Dog)의 제인 캠피언(Jane Campion·58) 감독이 미국 감독조합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받았다. 이로써 캠피언 감독은 오는 27일 열리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감독상에 한 발 더 다가서게 됐다.
캠피언 감독은 12일 베벌리힐스 비벌리 힐튼 호텔에서 열린 제74회 미국 감독조합(Directors Guild of America·DGA) 시상식에서 ‘리코리쉬 피자’의 폴 토머스 앤더슨, ‘벨파스트’의 케네스 브래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스티븐 스필버그, ‘듄’의 드니 빌뇌브를 제치고 감독상(Outstanding Achievement in Theatrical Feature Film)을 받았다.
여성 감독이 이 상을 받은 건 2010년 ‘허트 로커’의 캐스린 비글로, 2021년 ‘노매드랜드’의 클로이 자오에 이어 세 번째다. 캠피언 감독은 1994년 열린 46회 행사 때 ‘피아노’로 후보에 올랐으나 ‘쉰들러 리스트’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에게 밀려 수상하진 못했다.
캠피언 감독은 시상자인 자오 감독에게 감사 인사를 하며 “당신은 역사를 썼다”며 “당신의 수상이 변화를 만들었고, 그 덕분에 내가 이 자리에 설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오같이) 왕성하게 활동하는 여성들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내 다음 세대에 이들과 같은 감독이 있다는 게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수상자 발표 전에도 여성 감독으로서 할리우드 등 주류 영화계에서 활동하는 것에 대한 소회를 드러내보였다. 캠피언 감독은 “여기까지 오기 쉽지 않았다. 남성이 지배하는 분야에서 내 얘기를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소외된 사람의 관점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 싸워나가면서 이방인이라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고 했다. 또 “우린(여성들은) 아주 먼 길을 왔고, 이젠 결코 뒤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며 “그 모든 가능성이 내게 힘을 준다. 여러분도 힘을 내길 바란다”고 했다.
캠피언 감독은 지난 1월 골든글로브에 이어 감독조합상까지 받으면서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감독상 오스카에 가장 근접한 연출가가 됐다. 버라이어티 등 현지 언론 역시 “캠피언 감독이 오스카 레이스 선두에 서 있다”고 했다.
캠피언 감독은 아카데미 시상식에선 폴 토머스 앤더슨(‘리코리쉬 피자’), 하마구치 류스케(‘드라이브 마이 카’), 케네스 브래나(‘벨파스트’), 스티븐 스필버그(‘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감독과 함께 감독상 후보에 올라있다.
1994년 시상식 때 ‘피아노’로 감독상 후보에 오른 적 있는 캠피언 감독은 아카데미 역사상 감독상 후보에 두 번 오른 유일한 여성감독이다. 역대 감독상 후보에 오른 여성감독은 단 7명이다. 캠피언 포함 리나 베르트뮬러, 캐스린 비글로, 소피아 코폴라, 그레타 거윅, 클로이 자오, 에메랄드 페넬이다. 이 중 감독상을 받은 건 2010년 ‘허트 로커’의 비글로 감독과 2021년 ‘노매드 랜드’의 자오 감독 두 명이다.
한편 ‘파워 오브 도그’는 1920년대 미국 몬태나를 배경으로 대형 목장을 운영하는 카우보이 ‘필'(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이야기를 그린다. 평단은 이 작품이 서부극의 한계를 기존에 없던 방식으로 극복해냈다고 평가하는 것과 동시에 남성성과 남성중심사회와 완벽하게 결별하는 영화라고 극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