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인’ 크라우드(The ‘In’ Crowd)'(1965)로 유명한 미국의 전설적인 재즈 피아니스트 램지 루이스가 별세했다. 향년 87세.
14일 뉴욕타임스와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루이스는 지난 12일(현지시간) 시카고 자택에서 눈을 감았다. 사망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1935년 시카고에서 태어난 루이스는 4세 때부터 피아노 레슨을 받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합창단 지휘자로 있던 교회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며 실력을 쌓았다.
베이스 엘디 영, 드럼 레드 홀트와 함께 함께 ‘램지 루이스 트리오’를 결성해 1956년 첫 앨범 ‘램지 루이스 앤드 히스 젠틀맨 오브 스윙(Ramsey Lewis and His Gentle-Men of Swing)’을 발매했다. 시카고 재즈 클럽의 간판이 됐으나 시카고 외 지역엔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1965년 발표한 ‘인 ‘디’ 크라우드’와 함께 일약 전국구 스타가 된다. 사실 이 곡은 미국 R&B 가수 도비 그레이가 먼저 발표한 곡이었다. 그런데 이 트리오가 재즈로 편곡해 녹음한 곡이 크게 히트하며 미국 빌보드 메인싱글 차트 ‘핫100’에서 5위까지 올랐다. 당시 팝 차트에서 기악 곡이 순위권에 진입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루이스의 블루스적인 연주와 트리오의 중독적인 그루브로 원곡보다 큰 인기를 얻었다. 이 곡으로 ‘그래미 어워즈’에서 최우수 그룹 재즈 연주상을 받기도 했다.
트리오가 1966년에 발표한 ‘웨이드 인 더 워터(Wade in the Water)’도 ‘핫100’ 차트 40위권에 진입하며 인기를 누렸다. 영과 홀트가 팀을 떠난 뒤 히트곡도 없어졌지만 재즈 뮤지션으로서 루이스의 경력은 더 탄탄해졌다. 오케스트라와 협업하고 피아니스트 빌리 테일러, 재즈 가수 낸시 윌슨과 협업하며 빌보드 재즈 차트에 지속적으로 이름을 올렸다.
뉴욕타임스는 루이스에 대해 “모던 재즈의 조화로운 복잡성을 표현하고, 테디 윌슨 같은 초기 재즈 피아니스트들을 연상시키는 부드러운 손길을 가진 거장이었다”고 기억했다.
일부에서는 루이스의 상업적인 성향에 대해 문제 삼기도 했다. 하지만 2007년 미국 국립예술기금위원회가 그를 재즈 마스터로 지명하면서 관련 지적은 쏙 들어갔다.
그 즈음에 루이스는 대규모 관현악 작품도 작곡했다. 미국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1809~1865)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쓴 ‘희망의 선언'(Proclamation of Hope)은 루이스가 재즈 시리즈의 예술감독을 맡았던 일리노이 주 라비니아 페스티벌의 의뢰로 2009년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공연했다.
또 루이스는 1995년엔 재즈와 R&B의 세계를 오가는 변화무쌍한 음악가들로 구성된 올스타 앙상블 ‘어번 나이츠(Urban Knights)’도 결성했다. 유명 색소폰 연주자 그로버 워싱턴 주니어·제럴드 올브라이트·데이브 코즈 등이 다양한 시기에 거쳐간 이 그룹은 2019년까지 7개의 앨범을 발매했다.
루이스의 열정은 말년 그리고 코로나 팬데믹에도 식지 않았다. 팬데믹 기간 매달 라이브 스트리밍 공연을 선보였다. 이 공연을 계기로 만들어진 음반 ‘비틀스 송북(The Beatles Songbook)’이 오는 11월 발매된다. 또 락다운 기간 동안 그는 또한 작가 애런 코헨과 공동으로 회고록 ‘젠틀맨 오브 재즈(Gentleman of Jazz)’를 썼다. 내년 출판 예정이다.
2013년과 2016년 ‘서울 재즈 페스티벌’을 통해 내한공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