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당일인 1월 20일 ‘멕시코만’으로 명칭을 변경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AP통신은 400년 이상 공식적으로 통용돼온 멕시코만을 그대로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오벌 오피스와 에어포스 원에서 AP통신 취재 및 사진기자의 취재를 금지했다.
트럼프가 임명한 판사 “백악관의 AP 취재 제한, 수정헌법 1조 위배”
8일 AP 통신에 따르면 워싱턴DC 지방법원 트레버 맥패든 판사는 이날 “수정헌법 1조에 따라, 정부가 일부 언론인들에게 (취재의) 문을 열었다면 자신들과 관점이 다른 타 언론인들에게 문을 닫아서는 안된다”고 판결했다.
맥패든 판사는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트럼프가 직접 임명한 판사라고 AP 통신은 전했다.
맥패든 판사는 “정부가 대통령의 행정 명령을 따르지 않은 결정에 보복할 수 없다”며 1주일내 판결을 따르거나 항고할 수 있다며 명령 이행 시기를 미뤘다.
맥패든 판사는 “수정헌법 제1조에 따라 정부가 일부 언론인에게 예를 들어 대통령 집무실이든, 이스트룸이든, 또는 다른 곳이든 개방하면서 다른 언론인의 관점 때문에 그 문을 닫을 수는 없다”며 “이는 헌법적인 요구”라고 밝혔다.
컬럼비아대 ‘나이트(Knight) 수정헌법 제1조 연구소’의 소송 담당 부소장 케이티 팰로우는 “수정헌법 제1조는 백악관이 언론 매체가 대통령의 선호하는 표현을 앵무새처럼 따라 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대통령을 취재하는 것을 금지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자유 언론 활동 변호사인 플로이드 에이브럼스는 “정말 훌륭하고 당연한 수정헌법 제1조의 승리”라면서 “토마스 제퍼슨과 제임스 매디슨은 기뻐하고 안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AP의 편집장 줄리 페이스는 월스트리트 저널 기고문에서 “AP 소송은 멕시코만 표기에 그치지 않고 정부가 사람들의 말을 통제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한 것”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판결, AP의 관행적인 최우선 질문권 자격도 부인
다만 판결은 “법원은 정부에 AP 통신이 백악관 집무실, 이스트룸, 또는 기타 언론 행사에 영구적으로 출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라고 명령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판결은 이어 “AP 통신이 관행적으로 누렸던 ‘언제나 가장 먼저 대기하는’ 영구적인 기자단 출입 권한을 반드시 받을 자격이 있는 것은 아니다”며 “하지만 AP 통신이 다른 통신사보다 더 불리하게 취급받아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맥패드 판사는 또 자신의 결정으로 공무원이 어떤 매체와 인터뷰를 할지 선택하거나, 기자 회견에서 어떤 기자의 질문에 답할지 선택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AP 통신은 판결이 나온 직후지만 AP 통신 기자와 사진기자가 트럼프 대통령의 전국공화당의회위원회 출석을 취재하기 위해 백악관 취재진과 함께 차량 행렬에 합류하려다 거절당했다고 전했다.
AP, 2월 11일 이후 취재 제한
백악관의 취재 불허에 따라 AP는 2월 11일부터 오벌 오피스와 에어포스 원에서 트럼프를 취재하는 소수의 기자 그룹에 포함되지 않았다. 백악관 이스트 룸에서 열리는 행사 취재 기회도 드물게만 주어졌다.
AP 대변인 로렌 이스턴은 “오늘의 판결은 언론과 대중이 정부의 보복없이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는 기본권을 확인하는 것으로 미국 헌법에 따라 모든 미국인에게 보장된 자유”라고 밝혔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논평 요청에 즉각 응답하지 않았다.
AP 통신은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미디어에 대한 공격 전선을 넓혀 연방통신위원회는 ABC, CBS, NBC 뉴스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 소리’ 뉴스 서비스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하려 했고, 뉴스 보도에서 너무 자유주의적이라는 이유로 공영 방송사 PBS와 NPR에 대한 공적 자금 지원 중단도 위협하고 있다.
AP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1846년 창간된 AP 통신을 급진 좌파 광인 집단이라 일축하며 표기에 동의할 때까지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