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싱턴의 백악관 인근에서 웨스트버지니아주 방위군 남녀 병사에게 총격을 가해 중태에 빠트린 총격범은 서부 워싱턴주에서 대륙을 횡단해 차를 몰고 가 권총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용의자 라칸왈, 거리 매복 후 권총으로 주방위군 남녀 병사 총격
제닌 피로 워싱턴DC 검사장은 27일 관계기관 합동 브리핑에서 용의자는 2021년 9월 아프가니스탄에서 입국한 라마눌라 라칸왈(29)이라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라칸왈은 26일 오후 2시15분께(현지 시각) 백악관 인근 거리의 모퉁이에 ‘매복’해 있다가 ‘357 스미스앤드웨슨 리볼버 권총’을 발사했다. 피로 검사장은 “6발을 쏠 수 있는 권총으로 총기는 정밀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피로 검사는 용의자의 범행 동기가 무엇인지는 아직 밝히기에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피로 검사장은 총에 맞은 병사는 웨스트버지니아 주방위군 소속 앤드루 울프(24)와 사라 벡스트롬(20) 등 남녀 병사 2명으로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으나 여전히 위중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두 사람 모두 8월부터 워싱턴 D.C에 배치됐다.
벡스트롬과 울프가 생존할 경우 라칸왈은 ‘살해 의도를 가진 폭행’과 ‘범행 중 총기 소지’ 혐의로 기소되며 징역 15년형에 처해질 수 있다. 병사들이 사망하면 라칸왈은 1급 살인 혐의로 기소된다.
피로 검사장은 “이 가해자에게 법률이 허용하는 최대한의 범위로 책임을 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라칸왈은 다른 주방위군에 의해 제압되는 과정에서 총에 맞았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추수감사절 전날 발생한 이번 주방위군에 대한 총격 사건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통제 불가능한 범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군대를 사용하는 것에 대한 법적 다툼 속에 일어났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월 워싱턴에 주방위군을 파견하는 긴급 명령을 내린 뒤 현재 약 2200명이 주둔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총격 사건 이후 500명의 주 방위군을 워싱턴에 급파했다.
익명을 조건으로 AP에 인터뷰한 한 법 집행관에 따르면 구금 중이던 용의자도 총에 맞았으며 생명에 지장이 없는 상처를 입었다.
용의자, 아프간에서 미군 특수부대 근무 후 美 입국
아프가니스탄인들의 재정착을 돕는 단체인 ‘#아프간에바스’에 따르면 라칸왈은 아프가니스탄의 미 육군 특수부대에서 중앙정보국(CIA)에서 함께 근무하다 미국으로 왔다고 AP 통신은 보도했다.
용의자의 사촌이라고 밝힌 아프가니스탄 동부 코스트주 주민은 라칸왈이 코스트주 출신으로 그와 그의 형은 남부 칸다하르주에 있는 ‘제로 유닛(Zero Units)’이라는 아프가니스탄 육군 특수부대에서 복무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부대의 전직 관계자는 라칸왈이 팀장이었고 그의 형은 소대장이었다고 밝혔다.
용의자의 사촌은 라칸왈이 2012년 해당 부대의 경비원으로 근무를 시작했으며 이후 팀장과 GPS 전문가로 승진했다고 밝혔다.
칸다하르는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이 주도한 침공 이후 탈레반과 나토군 사이에 치열한 교전이 벌어졌다.
CIA는 전쟁 중 아프가니스탄 직원들의 통역, 행정, 그리고 자국 준군사 장교들과의 최전선 전투에 의존했다. ‘제로 유닛’은 CIA의 지원을 받는 준군사 부대로 최전선에서 전투를 벌였다.
이들은 미군의 혼란스러운 철수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으며 탈레반의 공세로 아프가니스탄이 장악되자 미군 등이 후퇴하는 동안 카불 국제공항 주변의 치안을 유지했다.
CIA 존 래트클리프 국장은 라칸왈과 미국 정부의 관계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 장병들이 혼란스럽게 대피한 직후에 끝났다고 밝혔다.
용의자, ‘동맹 환영 작전’으로 입국 후 트럼프 행정부에서 망명 승인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한 후 수만 명의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을 대피시키고 재정착시킨 바이든 행정부 프로그램인 ‘동맹 환영 작전(Operation Allies Welcome)’을 통해 입국했다.
라칸왈은 바이든 행정부 시절 망명을 신청한 뒤 트럼프 행정부에서 승인됐다고 ‘#아프간에바스’는 밝혔다.
‘동맹 환영 작전’으로 약 7만 6000명이 미국으로 건너왔다. 이들 중 상당수는 미군 및 외교관들과 함께 통역 및 번역 업무를 담당했다.
트럼프 행정부와 일부 정부 감시 단체들은 신원 검증 절차의 허점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며 이 계획을 집중적으로 비판해 왔다.
망명 옹호자들은 광범위한 신원 검증이 이루어졌고 탈레반의 보복 위험에 처한 사람들에게 생명줄을 제공했다고 주장한다.
시애틀 북쪽 거주, 아내와 다섯 자녀
AP 통신은 용의자가 살았던 전 집주인의 말을 인용해 라칸왈은 아내와 다섯 자녀와 함께 시애틀에서 북쪽으로 약 127km 떨어진 워싱턴주 벨링햄에 살았다고 전했다.
26일 밤 소셜미디어에 공개된 영상 메시지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 시절 입국한 모든 아프가니스탄 난민에 대한 재조사를 촉구했다.
트럼프는 “그들이 우리나라를 사랑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그들을 원하지 않는다”며 “총격 사건은 나라 전체에 대한 범죄”라고 말했다.
캐시 파텔 중앙정보국(FBI) 국장은 이번 총격 사건을 테러 행위로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소속 뮤리얼 바우저 워싱턴 시장은 총격 사건을 트럼프의 정책에 대한 공격이라기보다는 미국 자체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라고 말했다.
그는 “용의자는 미국을 공격하기 위해 전국을 횡단해 워싱턴 D.C로 왔다”며 “법이 허용하는 최대 한도까지 기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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