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시(The Satanic Verses)’로 유명한 영국의 작가 살만 루슈디(75)가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강연을 하던 도중 피습을 당했다.
AP통신, 가디언 등에 따르면 루슈디는 이날 뉴욕 서부에서 강연을 하던 도중 한 남성의 습격을 받았다. 목과 복부를 흉기로 찔려 병원으로 이송돼 수술을 받았다.
루슈디의 대변인 앤드루 와일리는 그가 이날 저녁 인공호흡기를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루슈디는 간 손상, 팔 신경 절단 등 부상을 입었다고 했다. 특히 한 쪽 눈을 잃을 가능성이 있다.
경찰은 피격범이 미국 뉴저지 페어뷰에 거주하는 24세 하디 마타르라고 확인했다. 마타르 용의자는 현장에서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심문을 앞두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함께 무대에 있던 루슈디와의 인터뷰 진행자 헨리 리스(73)도 피습을 받았다. 머리에 경상을 입었다.
구체적으로 루슈디는 리스가 그를 무대에서 소개하던 도중 피습을 받았다. 마타르 용의자는 그를 10~15 차례 찌르거나 때렸다.
진행자 리스는 박해 받는 작가들에게 거주지를 제공하는 단체의 공동 설립자였다. 이날 강연에서는 망명 중인 작가, 다른 예술가들을 위한 피난처로서의 미국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었다.
강연에는 주 경찰관과 카운티 보안관이 배치됐으나, 피습을 막지 못했다.
당국은 기자회견을 통해 마타르의 공격 동기가 불분명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뉴욕포스트는 소식통을 인용해 마타르가 이란 정부에 동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AP는 일부 관객들이 루슈디가 수십여년간 위협을 받아왔던 것을 고려했을 때, 왜 더 엄격한 보안이 없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고 전했다.
피습을 목격한 한 관객인 캐슬림 제임스는 마타르 용의자가 검은 복장과 검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고 AP에 밝혔다.
루슈디는 1988년 소설 악마의 시를 발표했다. 많은 무슬림들이 이를 신성 모독으로 주장했다. 이에 악마의 시는 이란 등에서 금서로 지정됐다.
게다가 1989년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가 사실상 그의 죽음을 요구하는 칙령을 발표했다.
‘반(反) 루슈디’ 정서는 계속됐다. 2012년 이란 정부와 연계된 종교 재단은 루슈디의 현상금을 330만 달러로 올렸다.
현상금까지 걸린 루슈디는 24시간 무장 경비원을 둔 영국 정보 보호 프로그램 속에서 잠적하기도 했다.
루슈디의 피습 사건에 대해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우려를 나타냈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루슈디에 대한 공격을 알고 있다면서 오싹해 했다고 전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 의견과 표현의 자유를 행사하거나 말하거나, 쓸 때 어떠한 경우에도 폭력은 안 된다”고 지적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지난 33년 동안 루슈디는 자유와 반계몽주의와에 대항하는 싸움을 상징해왔다. 증오와 야만이 그를 공격했으며 매우 비겁하다. 그의 투쟁은 우리의, 전 세계의 것이다. 오늘 우리는 그 어느 때 보다 그의 편에 서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