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텃밭’으로 여겨져 온 실리콘밸리가 균열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오랜 시간 민주당을 지지해 온 실리콘밸리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공개적인 언쟁까지도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지난달 31일 ‘기술 거물들의 충돌: 실리콘 밸리, 해리스 대 트럼프로 균열”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어 “대선 후보자에 대한 공개적인 말다툼으로 좌파 성향이 강한 업계에서 불화가 촉발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구체적으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실리콘밸리 대표 벤처캐피털(VC) 코슬라벤처스 창업자 비노드 코슬라가 공화당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혐오감을 갖고 있다며, 코슬라를 “미친 놈”이라고 불렀다.
전기차 기업을 이끄는 등 친환경적 행보를 보여왔던 머스크에 대해 존경심을 표하던 녹색 기술 투자자들은 그가 트럼프 전 대통령 편을 들었다는 이유로 “반역자”라고 비판하고 있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지지자이자 클라우드 컴퓨팅 회사 박스의 CEO인 에런 레비는 벤처 투자 업계 거물 데이비드 삭스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것을 두고 “기침약에 취했기 때문”이라고 공격했다.
유명 민주당원이자 링크드인 공동 창립자인 리드 호프먼은 지난 7월 그의 친구이자 오픈AI 공동설립자 피터 틸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자, 말다툼을 벌였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의 캠프를 운영한 홍보 전문가 샘 싱어는 “실리콘 밸리는 지금 이례적으로 매우 긴장 상태”라며 “함께 사업을 하는 한 공간에 두 개의 상반된 정치 진영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캘리포니아는 예로부터 민주당 기부금의 원천이었다. 정치적으로 진보 성향이 강한 실리콘밸리 업계 리더들 대다수가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역사적 흐름이 최근 흔들리고 있다고 WSJ는 진단했다. 머스크를 중심으로 공화당 대선 주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한 축이 형성되면서다.
특히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인지력 논란 등으로 민주당 지지율이 흔들리는 사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세 도중 총격을 받고 간신히 살아남는 상황이 연출되면서 실리콘밸리에선 “트럼프 지지”를 외치는 이들이 늘어났다.
그러다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나 샌프란시스코 검사와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을 지낸 해리스 부통령이 대권 주자로 우뚝 서면서, 실리콘밸리 기업가들은 “반(反) 트럼프”를 외치며 맞불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WSJ는 “이런 종류의 내분은 기술 산업이 역사적으로 좌파로 기울어져 왔기 때문에 이전 대선에서는 드물었다”며 “이번 선거에서 머스크를 포함한 소수의 영향력 있는 리더 그룹이 트럼프를 지지하기 위해 지갑을 열었고 당 노선을 바꾸는 것에 대해 점점 더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에 역사적으로 자신의 정치에 대해 침묵을 지켜온 다른 사람들의 반발을 촉발했다”며 “정치적 분열로 인해 기업 관계가 냉각되고 오랜 우정이 시험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해리스 부통령이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4%p 더 많은 선호도 응답을 받았다는 여론조사가 발표됐다.
ABC뉴스와 입소스(Ipsos)가 지난달 23~27일 18세 이상 미국 성인 4335명을 대상으로 확률 기반 지식패널 방식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 응답자 50%가 선호하는 후보로 해리스 부통령을 선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46%의 선호도 응답을 받아 해리스 부통령에 4%p 뒤졌다. 이번 조사 신뢰수준은 95%로 표본오차는 ±2.1%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