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 미국시장에서는 잘 나가는 한국 자동차가 중국 시장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한한령 조치와 중국 현지차에 비해 경쟁력이 없는 점 등이 이유로 지목된다.
2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반도체 수급난 등 악재에도 불구하고 올해 1분기(1~3월) 유럽과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 3위를 기록하며 선전했다.
특히 전체 시장이 위축된 유럽에서 친환경차 판매량 급증에 힘입어 1분기 기준 첫 점유율 3위에 오르는 성과를 거뒀다.
점유율 1위는 폭스바겐(23.8%), 2위는 스텔란티스(19%), 3위는 현대차·기아(9.8%) 순이다.
현대차·기아는 미국 시장에서도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1분기 미국 전체 자동차 판매량은 15.8% 급감했다. 반면, 현대차·기아는 3.7% 하락세에 그쳤다.
◆중국 시장에서 한국차 판매량은 낙제수준 기록
현대차·기아는 2016년 중국시장에서 180만대의 차를 팔았다.
하지만 지난해 판매량은 약 50만대 수준으로 줄었다. 판매량이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의 중국 승용차 점유율은 2016년 7.35%를 기록한 뒤 하락을 거듭해 2021년에는 1.7%까지 떨어졌다.
현대차는 판매부진으로 지난해 베이징 1공장을 중국 전기차 업체인 리오토에 매각하기도 했다.
올해 1분기 판매량도 전년 동기 대비 39.3% 감소했다.
국내차 업계의 중국 시장 고전은 지난 2016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배치 문제로 중국정부의 한한령(중국 내 한류 금지령)이 이유로 지목된다.
중국 헝다 신능원자동차
◆한국차 판매량, 사드 사태 이후 지속적 감소…中, 토종브랜드 저렴하고 품질 좋아
하지만 단순히 그 이유보다는 중국 토종브랜드가 많고 품질 수준이 우수하다는 점이 지목된다.
중국에는 이미 상하이자동차, 둥펑자동차, 이치(디이)자동차, 창안자동차, 체리자동차, 지리자동차 등의 중국 자동차 회사들이 있다.
포드 등 외국 자동차 회사들도 중국 토종 차회사와 합작형식으로 차량을 생산하고 있다.
중국 자동차 브랜드들은 외국 차업계와의 합작 등을 통해 축적된 기술로 차 품질을 끌어올렸다.
중국 토종 자동차 회사들은 세련된 디자인과 한국차보다 최대 30%나 저렴한 가격으로 자국민들을 공략하고 있다.
중국인들 입장에선 굳이 비싸고 잘 모르는 한국 브랜드 차를 살 이유가 없다.
오히려 르노자동차와 중국 최대 민영 자동차 그룹인 지리홀딩스그룹은 합작모델을 국내에서 연구개발해 2024년부터 부산공장에서 생산해 판매키로 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중국 토종브랜드들의 약진이 큰 이유도 있지만 우리나라 자동차 회사들이 현지인들 입맛에 맞는 차종 투입이나 가격, 품질 마케팅 전략이 미비했다”고 했다.
결국 중국 현지에 맞는 차종 투입과 마케팅 전략이 중국시장 진출의 키라고 볼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브랜드 이미지 고급화와 전기차 출시로 중국시장에서 반등을 노린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전동화 상품 라인업 확대, 수소연료전지 기술 사업 본격화 및 수소 산업 생태계 확장, 브랜드 이미지 쇄신, R&D(연구·개발) 현지화 등 중국 시장 재도약을 위한 4대 전략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