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높은 수준을 지속하는 가운데 ‘수요 파괴’가 시작됐다는 JP모건의 분석이 나왔다. 높은 가격으로 인해 소비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인데,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서로 입장이 다른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국제에너지기구(IEA)가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5일(현지시간) CNBC는 보도했다.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JP모건은 고객들에게 보낸 메모를 통해 최근 유가 상승세에 이어 이번 분기 원유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JP모건의 글로벌 원자재 전략팀장 나타샤 카네바는 “수요 파괴가 시작됐다”는 제목의 메모에서 “미국과 유럽, 일부 신흥국에서 유가 상승에 따른 수요 억제가 다시 가시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중국과 인도가 올해 세계 석유 수요를 주도했지만, 유가 급등 이후 중국은 8월과 9월 국내 재고를 활용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높은 휘발유 가격에 맞서 소비자들이 소비를 줄여 반응했다는 징후도 이미 나타났다면서, “올해 3분기 휘발유 가격 급등으로 인해 휘발유 수요가 하락했다”고 부연했다.
또 9월 국제유가는 JP모건의 예측대로 배럴 당 90달러를 넘어섰다는 점을 언급하며, 연말에는 배럴 당 86달러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제유가는 주요 산유국 모임인 오펙플러스(OPEC+)의 감산,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감산 기간 연장 등으로 인해 최근 고공행진을 했다. 지난달 27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 당 93 달러를 넘어섰고, 브렌트유는 배럴 당 96 달러를 넘는 등 올해 최고치를 경신했다. 올해 3분기 국제유가는 평균 28%나 오른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10월에 들어서면서 국제유가는 다소 하락, 벤치마크인 WTI의 종가는 이날 배럴 당 84.22 달러까지 떨어졌다.
이같은 국제유가 고공행진 분위기 속 IEA와 OPEC은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CNBC는 양측이 원유 수요 정점을 두고 말과 숫자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면서, 세계 원유 수요가 최고 수준에 도달하면 그 직후 영구적인 수요 감소가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산유국과 석유기업들에게는 반갑지 않은 소식일 수밖에 없다.
앞서 IEA는 2030년을 원유 수요 정점 시기로 본다면서 원유 수요 감소를 ‘반가운 상황’이라며 환영했는데, 이에 대해 OPEC이 분노했다고 CNBC는 보도했다.
하이탐 알가이스 OPEC 사무총장은 지난달 성명을 통해 “이런 얘기는 글로벌 에너지 시스템을 실패하게 만들 뿐”이라면서 “전례 없는 규모의 에너지 혼란을 초래할 것이며, 경제와 전 세계 수십억 명의 사람들에게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국영석유기업 최고경영자(CEO) 등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탄화수소 부문의 안보·경제적 지원 없이 불가능하다면서, 이중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이탈리아 다국적 에너지기업 ‘에니’의 CEO 클라우디오 데스칼치는 화석 연료를 태우는 것이 “많은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킨다”면서도 “모든 것을 폐쇄하고 재생 에너지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