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속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과 ‘디지털 금’으로 불리는 비트코인, 위험자산인 주식 가격이 사상 최고가를 찍으며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모든 자산 가격이 동시에 오르는 ‘에브리싱 랠리(everything rally)’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통상 안전자산 가격이 오르면 위험자산 가격은 내려가는데 금과 비트코인이 이례적으로 동반 상승하고 있다.
올 들어 미국과 일본 증시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강세장을 이어가고 있다. 엔비디아 등 인공지능(AI) 반도체 열풍으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이달 초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뉴욕증시의 대표지수 중 하나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 500 지수도 지난 12일 사상 최고치인 5175.27에 거래를 마쳤다.
미 증시 호황에 힘입어 일본 증권시장의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도 지난 4일 사상 처음으로 4만선을 넘어섰다. 국내 증시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1월 주춤했던 코스피지수는 기업 밸류업 정책 기대감에 2년 만에 2700선을 돌파했다.
금값도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지난 6일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올해 4월물 금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16.30달러(0.76%) 상승한 온스당 2158.20달러에 거래를 마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내 금값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8일 KRX 금시장에서 1㎏짜리 금 현물은 전 거래일보다 0.64% 내린 1g당 9만1740원을 기록하며 처음 9만원을 넘어섰다. 장중 고가는 9만2530원을 찍으며 2014년 KRX 금시장이 거래를 시작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값 상승과 함께 은 가격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은 가격은 1트로이온스당 25.21달러로 지난해 12월1일 25.86달러를 기록한 뒤 석 달 만에 25달러 선을 돌파했다. 지난 달 말 보다는 10% 넘게 상승했다.
가상화폐 대장주 비트코인 가격도 원화 기준 1억원을 돌파하며 파죽지세다. 최근 비트코인은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로의 자금 유입, 다음달로 예상되는 반감기에 대한 기대감, 포모(FOMO·나만 소외된다는 두려움) 심리 등으로 비트코인에 대한 수요가 폭발,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
번스타인 “비트코인, 내년 15만 달러 간다
전날 비트코인은 차익실현 매물과 금리 인하 불확실성 등 영향으로 9000만원대까지 밀렸으나 영국 대형은행 스탠다드차타드(SC)는 비트코인이 개당 2억원을 넘길 것으로 내다봤다.
모든 자산 가격이 오르는 ‘에브리싱 랠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를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연내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과 달러 약세에 대한 우려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하마스 간 전쟁 등 지정학적 불안도 영향을 미쳤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 주도의 통화정책 긴축 종료, 향후 완화 기대를 반영해온 금 가격이 온스당 2200달러에 근접했다”며 “글로벌 통화정책 완화 구간에서 강세 사이클(Bull Cycle)을 띄는 금 가격 상승세는 이제 본격화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글로벌 금융시장이 향후 가야할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경기 회복에 대한 뚜렷한 확신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주식시장이 미국을 중심으로 강한 상승 흐름을 보였지만 이 흐름이 계속될 지,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보다 늦게 나타날 수 있다는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경제가 회복될 지, 또다시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상존하면서 자금이 조금씩 분산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