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며칠 간 전 세계 증시가 출렁이자 일각에선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다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개최 이전 긴급 금리 인하를 할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최근 시장 혼란 수준이 긴급 회의를 개최할 정도는 아니라는 점, 미국 경기침체에 대한 확실한 증거가 아직 없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연준이 긴급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은 사실상 낮다고 전망했다.
5일 미 CBS와 CNBC, CNN, 폭스비즈니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일부 전문가들은 최근의 시장 혼란을 거론하며 연준의 9월 FOMC 이전 긴급 금리 인하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의 제레미 시겔 교수는 이날 C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금리를 75bp(1bp=0.01%포인트) 긴급 인하할 것을 연준에 촉구했다. 또 “9월 FOMC에서 75bp의 추가 인하가 있어야 하며, 이는 최소한의 조치”라면서 “금리는 현재 3.5~4% 사이여야 한다”고도 말했다.
그는 실업률이 연준의 목표 실업률인 4.2%를 넘어섰고, 인플레이션은 연준의 목표치인 2%에 가까이 하락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금리는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기술적 분석의 고전 ‘엘리어트 파동이론’의 저자이자 시장분석업체 엘리엇웨이브인터내셔널의 창립자인 로버트 프렉터는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연준이 지난 FOMC에서 금리를 인하할 기회를 놓친 후 다음 회의 이전에 금리를 인하하는 이례적인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연준은 지난주 FOMC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낮출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있었지만, 그것을 활용하지 않았다”면서 “큰 실수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프린서플에셋매니지먼트의 최고 글로벌 전략가 시마 샤는 “일부 분석가들은 심지어 회의 도중 긴급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연준이 긴급 금리 인하에 나선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30년 간 9차례의 긴급 회의를 통해 금리를 인하했으며, 마지막 긴급 금리 인하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졌던 2020년 3월에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 발생한 시장 혼란 수준으로 연준이 긴급 금리 인하에 나서진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시장조사업체 판테온매크로이코노믹스는 “연준의 긴급 회의를 촉발하기 위해서는 경제, 시장 상황이 지금보다 더 나빠야 한다”고 했다. 프린서플에셋매니지먼트의 샤도 “FOMC 회의 간 금리 인하는 일반적으로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만 이뤄졌다”고 말했다.
연준 인사가 직접적으로 긴급 금리 인하 가능성이 낮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NYT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경제의 실제 측면을 모니터링해야 한다”면서 “연준의 임무에는 주식 시장을 편안하게 만드는 내용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또 NYT는 미국이 경기침체에 들어가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연준이 긴급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고도 보도했다.
CNN은 FOMC까지 6주 이상 남았는데도 연준이 그 전에 긴급 금리 인하 회의를 소집한다면 오히려 더 큰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