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검색 시장 독점 판결을 받은 구글에 대한 강제 기업 분할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9일(현지시각) 밝힌 가운데, 이는 미국 정부가 권력 균형을 바꾸기 위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아울러 이 같은 ‘처벌’이 실제 시행되는 경우 구글의 기술 산업 영향력은 저하되고 인공지능(AI) 분야에 대한 성장도 느려질 것이란 우려도 함께 제기됐다.
일레인 무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칼럼니스트는 이날 ‘구글 분할로 빅테크(거대 기술기업)가 미디엄 테크(Medium Tech·중견 기술기업)로 바뀔 수도 있다’는 제목의 사설을 내어 이같이 주장했다.
법무부, ‘검색 독점’ 구글에 대해 기업 분할까지 검토
앞서 미국 법무부는 전날 워싱턴DC 연방법원에 구글의 온라인 검색시장 독점을 종식시키기 위해 사업 일부를 매각하도록 하는 ‘구글 분할 방안’ 제안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법무부는 “구글이 크롬, (구글)플레이, 안드로이드와 같은 제품을 사용해 경쟁사나 신규 진입자보다 구글 검색 및 관련 제품·기능을 유리하게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행동적·구조적 개선책(remedy)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법무부는 “독점 유지를 방지하고 제한하는 데 필요한 조치로는 계약 요건 및 금지, 비차별 제품 요건, 데이터 및 상호 운용성 요건, 구조적 요건 등이 포함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법무부의 구제책에 대한 최종 제안은 내달 20일까지 제출돼야 하며, 구글은 내년 8월까지 항소 결정을 내려야 한다.
“권력 균형 바꾸기 위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 표명…구글, 시장서 뒤처질 수도”
무어는 이 같은 법무부의 제안이 미국 정부가 기술 분야의 권력 균형을 바꾸기 위해 얼마나 멀리까지 갈 의향이 있는지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특히 무어는 실제 구글 해체가 실행된다면 미국 기술 산업의 영향력이 약해질 것이라며 “(구글이) 빅테크에서 미디어테크로 변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난해 구글은 3년 전보다 AI 사업 분야에 자본 지출을 약 50%가량 늘렸으나, 여전히 적자 상태다.
그 사이 챗GPT 개발사 오픈AI와 그의 대항마로 불리는 앤트로픽,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운영하는 AI 스타트업 xAI 등 경쟁사들은 최근 수십억 달러를 모금하며, 법적 분쟁에 휘말린 구글보다 몇 발짝씩 앞서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무어는 “구글은 경쟁사들이 AI를 개발하기 위해 기록적인 금액을 모으는 와중에 법적 싸움에 휘말리고 있다”며 “정부 개입의 드래그(장애물) 효과는 오래갈 수 있다”고 말했다.
법원은 내년 8월까지 개선책에 대한 판결을 내릴 계획이지만, 구글이 항소하는 경우 그 과정은 수년간 이어질 수 있다고 CNBC는 지적했다.
그 사이 시장 상황이 빠르게 변해, 구글이 AI 등 여러 분야에서 시장 점유권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실제 마이크로소프트(MS)는 윈도 운영 체제의 독점적 권한을 남용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분할 명령을 받았으나, 항소 후 무죄 판결을 받아 든 바 있다.
그러나 그 사이 MS는 혁신에 실패하며 모바일 운영 체제에서 뒤처졌다. 무어는 “구글의 법적 분쟁은 다른 곳에 사용할 수 있었던 자원을 고갈시켰다”고 평했다.
미 법무부 판결 비판 의견도 나와…”잘못된 방향이며 무의미”
CNBC의 ‘매드머니’ 진행자 짐 크레이머는 구글의 사업이 소비자와 기업, 미국 전체에 이롭다며 미국 법무부 판결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정부에서 끊임없이 조사하는 이런 행위는 잘못된 방향이고 무의미하며, 솔직히 반미(反美)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렇게 하면 구글은 예전의 모습과는 다르게 껍데기만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구글은 지난 8월 검색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보유하고 있는 판결을 받았다.
미 정부는 2020년 구글이 강력한 진입 장벽과 지배력을 유지하는 피드백 루프를 만들어 일반 검색 시장에서 점유율을 유지해 왔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구글이 독점을 금지하는 셔먼법 제2조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주가는 소폭 하락…”투자자들, 강제 분할 실행 믿지 않는 듯”
한편 구글 모기업 알파벳은 미 법무부가 검색 시장 독점 판결과 관련해 강제 기업 분할까지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2% 가까이 하락했다.
이에 대해 AJ벨의 투자 이사인 러스 몰드는 “구글 독점 관련 위험은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다”며 “투자자들은 강제 분할이 이뤄질 것이라고 믿지 않는 것 같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