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대에 걸쳐 많은 앤젤리노들의 사랑을 받았던 전설적 헬름스 베이커리가 재가동 13개월 만에 다시 문을 닫는다. 10년 넘게 준비해 복원한 역사적 베이커리는 이번 주 일요일(14일)로 영업을 종료한다.
파더스 오피스(Father’s Office)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셰프 상 윤은 2024년 말, 1931년 설립된 헬름스 베이커리를 재현하며 헬름스 가족의 유산을 이어갔다. 기존 컬버시티 단지에 화려한 페이스트리 진열대, 즉석 음식 코너, 바게트 진열, 신선한 커피와 넓은 마켓 공간을 갖춘 형태로 문을 열었지만, 지난주 그는 충격적인 폐업 소식을 SNS에 올렸고 수천 개의 반응이 쏟아졌다.

이번 폐업은 게릴라 타코스, 히어스 루킹 앳 유, 파파 크리스토스 등 유명 업소들이 연이어 문을 닫은 올해 외식업계 흐름 속에서 나온 결정이다.
14,000제곱피트 규모의 헬름스 베이커리는 하루 수백 명이 찾는 날도 있었지만, 상 윤은 매출이 운영을 지속하기에는 충분하지도, 안정적이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포커와 같다. 계속 버틸 수 있는 패인지, 아니면 결국 판에서 밀려날 패인지 계속 저울질해야 한다”며 “정말 어려운 결정이었다. 훌륭한 직원들도 있는데 이런 상황이 되어 끔찍하지만,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지점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파더스 오피스는 계속 운영되지만, 상 윤은 올해 아츠디스트릭트에 있던 다른 지점은 이미 폐업했다. 그는 첫해 적자는 예상했지만 “2025년은 예상보다 훨씬 더 어려운 한 해였다”고 말했다.

LA 전역이 힘든 출발을 겪기도 했다. 1월의 파사디나·이튼 화재는 9,000채 이상의 구조물을 파괴하며 도시 전체에 불안감과 소비 위축을 불러왔고, 피해 지역과 먼 식당들까지 타격을 입혔다. 애플TV, 아마존, 워너 브로스, 소니 등 주요 스튜디오 사무실이 인근에 위치한 헬름스 베이커리는 엔터테인먼트 산업 침체도 직격탄이 됐다. 여기에 헬름스 단지 내 가구 매장 HD 버터컵의 폐업으로 유동 인구가 줄어든 것도 영향을 줬다.

물가 상승과 관세도 비용 증가를 부추겼다. 커피 가격은 예상보다 약 30% 상승했고 초콜릿·버터·밀가루·달걀 등 베이커리에 필수적인 재료 가격이 두 자릿수로 뛰었다. 상 윤은 “모든 품목이 동시에 오른다면 어떤 사업도 버틸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 계획이 무산되며 수익 구조가 더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준비가 끝나지 못한 ‘디네트(Dinette)’ 레스토랑 오픈이나 영업일 확대 등도 차질을 빚었다. 헬름스 베이커리 복원 프로젝트는 팬데믹과 수차례 지연, 2년간의 공사를 거쳐 2024년 11월 1일에야 결실을 맺었다.

1931년 폴 헬름스가 창업한 원조 베이커리는 하얀 셔츠와 파란 나비넥타이를 착용한 배달원들이 집집마다 빵을 전하는 상징적인 존재였다. 창문에 걸린 큰 H 표시는 “우리 집은 들러달라”는 표시였다.
헬름스는 1957년 67세로 세상을 떠났고, 가족들은 1969년 폐업할 때까지 베이커리를 운영했다. 이후 아르데코 양식의 공장 단지는 상점, 식당, 사무공간이 섞인 복합시설로 변모했다.
상 윤은 헬름스 가족과 협력해 일부 오리지널 레시피를 복원하고 새로운 메뉴도 제작했다. 복원 기간 동안 그는 빵 배달 트럭을 기억하는 많은 팬들을 만났고, 직접 트럭을 운전했었다는 이들도 있었다. 그는 “헬름스 간판이 다시 의미를 갖길 바랐다”며 “역사를 기억하는 이들과 오늘의 아이들을 연결하는 것이 목표였다”고 말했다.

폐업 소식 이후, 마지막 맛을 보려는 손님들로 베이커리는 줄이 길게 늘어서고 있다. 직원들은 발표 사흘 후에도 판매대 앞 줄이 매장 중앙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커리 제품은 이번 주 일요일까지 제한된 양으로 판매된다.
상 윤은 2028 LA올림픽 기간에 헬름스 베이커리 빵을 판매해 ‘원조의 귀환’을 만들겠다는 등 여러 계획을 갖고 있었다. 1932년 올림픽 당시 헬름스 베이커리는 대회의 공식 빵으로 지정되며 “올림픽 챔피언의 선택”이라는 문구로 자신들을 알렸다. 컬버시티 단지의 헬름스 간판에는 지금도 ‘Olympic Bread’ 문구가 남아 있다.
그는 “보장할 수는 없지만, 또 다른 방식이나 장소에서 다시 시도할 가능성은 있다”며 “상황이 더 나아진다면 이번엔 제대로 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박성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