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은 레드 와인을 조금만 마셔도 곧 두통을 느끼는 이유에 대해 오랫동안 탐구해왔는데 최근 이런 두통을 유발하는 가능성이 높은 물질이 확인됐다.
23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앤드류 워터하우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UC)데이비스캠퍼스 양조학 명예 교수와 그의 동료들은 레드 와인에서 발견된 약 12가지 화합물을 실험한 결과 포도 껍질에서 발견된 화합물인 케르세틴을 두통의 원인으로 새롭게 지목했다. 과거 레드 와인에 포함된 두통 유발 물질로 타닌, 아황산염, 히스타민 등이 거론됐다. 이 연구는 지난 20일 사이언티픽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게재됐다.
워터하우스는 “우리 몸은 마신 알코올을 제거하기 위해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데, 케르세틴이 이를 방해하는 것으로 밝혀졌다”며 “레드 와인의 케르세틴은 해독 과정을 중간에 멈추게 한다”고 말했다.
인체는 세포에 해로울 수 있는 알코올과 독소를 제거하기 위한 복잡한 과정을 가지고 있다. 알코올은 대부분 간에서 분해되며, 이 과정은 2단계로 진행된다. 먼저 효소가 에탄올을 독성이 강한 물질이자 발암 물질로 알려진 아세트알데하이드로 분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후 효소는 아세트알데하이드를 무해한 아세테이트로 전환한다.
그러나 케르세틴이 혈류에 들어가면 아세트알데하이드를 아세테이트로 바꾸는 효소를 차단하는 화합물인 케르세틴 글루쿠로나이드로 전환된다. 워터하우스는 이렇게 독소가 축적되면 머리가 아프기 시작한다고 밝혔다.
워터하우스는 “와인에서 발견되는 케르세틴의 양이 포도가 햇빛에 노출되는 것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며 “케르세틴은 자외선을 흡수하기 때문에 포도의 자외선 차단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햇볕이 많이 드는 곳에서 포도를 재배하면 케르세틴이 많이 만들어진다”며 “일반적으로 저렴한 와인일수록 케르세틴 함량이 적다”고 덧붙였다.
한편 레드 와인과 달리 화이트 와인에는 발효 전에 포도의 껍질을 제거하기 때문에 케르세틴이 없다고 WP는 전했다.
연구 공동 저자이자 UC샌프란시스코두통센터 책임자인 모리스 레빈 신경과 교수는 레드 와인으로 두통은 겪는 일은 흔하다고 말했다. 그는 “내 환자 중 3분의 1이 적어도 한 번 이상 레드 와인으로 인한 두통 증상에 대해 언급했다”며 “두통과 편두통을 자주 겪는 사람들이 특히 레드 와인 두통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레빈 교수는 “레드 와인으로 발생하는 두통은 숙취와는 다르다”며 “레드와인을 마신 후 몇 분 또는 몇 시간 내에 발생할 수 있다. 머리 전체가 욱신거리는 느낌, 메스꺼움, 전반적으로 기분이 나빠지는 것 등이 주요 증상”이라고 설명했다.
레드 와인으로 인한 두통의 치료법은 아직 없다. 하지만 워터하우스와 레빈은 곧 있을 임상시험을 통해 케르세틴에 대한 이론을 검증할 예정이다. 추가로 이뤄지는 연구에서 레드 와인으로 인한 두통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데 초점을 맞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WP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