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가주 곳곳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소가 절도범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 공공 인프라 절도 행위가 반복되며 사회복지 체계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캘리포니아주는 친환경 정책의 일환으로 전기차 인프라를 빠르게 확충해 왔다. 전기차 구매를 유도하기 위해 무료 충전소도 다수 운영했으며, 최근에는 고속 충전소 설치가 늘어나면서 일부는 유료로 전환되기도 했다.
하지만 무인으로 운영되는 충전소가 범죄에 취약하다는 점이 드러나고 있다. 최근 절도범들이 충전기의 전기선을 절단해 훔쳐가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구리선 탈취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충전기 6개가 설치돼 있던 한 충전소는 충전선이 깔끔히 절단된 채 방치돼 있고, 해당 구역은 지금은 일반 차량 주차장으로 전락했다.
미국 전역에서는 전체 공공 충전소의 약 20%가 훼손이나 절도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구리값 상승과 맞물려 충전 케이블 도난이 급증하고 있으며, 북미 전역에 충전소를 운영하는 FLO 네트워크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충전 케이블 절도 사례는 215건으로, 전년 동기 79건에서 세 배 가까이 폭증했다.
도난범이 한 번의 범행으로 얻는 구리는 20~50달러에 불과하지만, 충전 케이블 하나를 복구하는 데는 수천 달러가 소요된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 세금과 운전자 불편으로 돌아가고 있다.
감시카메라가 설치된 충전소는 비교적 안전한 편이지만, 보안장비가 없는 충전소는 무방비 상태다. 이미 많은 충전기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다는 게 주민들의 지적이다.
한 전기차 운전자는 “충전소가 있어도 사용할 수 없으니 전기차가 오히려 짐이 되는 상황”이라며 “세금으로 만든 인프라가 이렇게 무너지는 걸 보고만 있어야 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캘리포니아주 검찰에 따르면 2024년 하반기 기준, 주 전역에서 발생한 구리선 도난 사건은 1,800건 이상이며, 이 가운데 상당수가 전기차 충전소를 포함한 공공시설을 겨냥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 불편과 함께 공공 서비스 붕괴, 세금 낭비, 친환경 정책 후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강력한 대응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박성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