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행정부가 16일 캘리포니아 고속철도 사업에 대한 연방 자금 지원을 철회하면서, 샌프란시스코와 LA를 연결하는 이 오랜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의 미래에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다.
연방 교통부는 수주 전 철회 가능성을 언급한 데 이어, 이날 40억 달러 규모의 연방 자금 지원을 공식적으로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고속철도 전체 예산 중 연방 정부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4분의 1에 못 미친다. 나머지 자금은 대부분 유권자 승인 채권과 캘리포니아의 탄소배출권 거래제 프로그램을 통해 충당돼 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숀 더피 연방 교통부 장관은 이 사업을 “목적지 없는 열차(train to nowhere)”라고 비판해 왔다. 트럼프는 소셜미디어 플랫폼 트루스 소셜에서 “우리가 약속받은 철도는 여전히 존재하지 않으며, 앞으로도 생기지 않을 것”이라며 “이 사업은 터무니없이 비싸고, 과도하게 규제되었으며, 결코 완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트럼프 행정부가 캘리포니아를 상대로 벌인 여러 공세 중 하나로, 내연기관 차량 판매 금지 규정 차단, 대학 입시 정책 조사 착수, 트랜스젠더 여학생의 스포츠 출전 허용에 따른 예산 삭감 위협 등과 맥을 같이한다.
이번 철회는 고속철도청이 1,000억 달러가 넘는 총 사업비를 감당하기 위해 민간 투자자를 찾고 있는 시점에 나온 결정이기도 하다.
해당 고속철도 사업은 2008년 캘리포니아 주민 투표에서 승인됐으며, 당초 10년 안에 운행을 시작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예산은 지속적으로 증가했고, 일정은 반복적으로 지연됐다.
현재 주정부는 중부 캘리포니아의 베이커스필드와 머세드를 잇는 119마일 구간을 우선 완공해 2033년까지 운영을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캘리포니아 고속철도청은 올해 여름 중으로 주 의회에 새로운 예산 계획과 사업 일정을 담은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고속철도청은 이달 초 연방 정부에 보낸 서한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실질적인 검토 없이 자금 철회를 이미 마음먹은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고속철도청은 지금까지 50개 이상의 구조물을 완공했으며, 도로와 철도를 분리하는 고가교, 교량, 언더패스 등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고속철도청의 최고경영자 이안 초드리는 “아무 이유 없이 이 보조금을 취소하는 것은 단순히 부당한 것이 아니라 불법”이라며 “우리는 연방 감사에서 반복적으로 모든 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확인받았다”고 강조했다.
고속철도청은 민간 투자 유치를 위해 이달 말까지 관심 있는 기업들의 의향서를 받을 예정이다.
개빈 뉴섬 주지사는 “연방 자금 철회에 맞서기 위해 모든 선택지를 테이블에 올려놓을 것”이라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그는 “트럼프는 중국에 미래를 넘기고 캘리포니아 중부 지역을 포기하려 하고 있다. 우리는 그렇게 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연방 교통부 연방철도청(FRA)의 드루 필리 대행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캘리포니아는 중부 구간조차도 완공할 수 있는 현실적인 계획이 없다”고 지적하며, 이 사업은 “깨진 약속의 연속이며 납세자 돈의 낭비”라고 비판했다.
고속철도 지지 기반인 민주당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레베카 바우어-카한 주 하원의원은 올해 초 열린 예산 청문회에서 “제 지역 유권자들은 고속철도에 대한 지출이 무책임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주정부는 고속철도 주요 재정원 중 하나인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2030년 만료에서 2045년까지 연장할 계획이다. 이 제도는 대형 배출 업체가 배출권을 구매해 오염을 허용받는 구조이며, 그 수익의 약 45%는 ‘온실가스 감축기금’에 들어간다.
이 기금은 기후 및 교통 관련 사업, 특히 고속철도 프로젝트에 사용되며, 연간 10억 달러 내외의 지원이 이루어진다. 뉴섬 주지사는 5월, 해당 기금에서 매년 10억 달러를 고속철도 사업에 고정 배정하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주 의회는 이에 아직 동의하지 않았다.
<박성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