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월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 시설에서 중국 국적 이민자가 숨진 사건과 관련해, 유족이 미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펜실베이니아주 모샤넌 밸리 구금센터에서 사망한 중국인 거차오펑(32)의 형 거옌펑이 미 연방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거차오펑은 타인의 전자기기를 무단 사용한 혐의로 지난 7월 31일 구금센터에 수감됐다. 닷새 뒤인 8월 5일 샤워실에서 목을 맨 상태로 발견됐으며, 당시 손발이 뒤로 묶여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을 키웠다. 미국 당국은 사인을 자살로 규정했다.
유족 거옌펑은 “미국 정부는 구금 중 발생한 사망에 대해 책임 있는 설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구금시설 내 중국어 소통 인력이 전혀 없었고, 직원들이 동생과의 최소한의 의사소통조차 시도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또한 “필요한 정신 건강 의료 지원도 제공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거옌펑은 동생의 구금 기록, 처우, 사망 경위 관련 자료를 지난 9월 9일 공식 요청했지만, 미국 정부가 법정 기한을 넘겨 어떤 자료도 제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은 ICE 구금 시스템 전반의 구조적 문제를 다시 부각시키고 있다. 최근 이민 구금자 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특히 아시아계 이민자 구금 증가세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캘리포니아 기반 비영리단체 ‘프리덤 포 이미그런츠’는 “2025 회계연도에만 ICE 구금 중 최소 18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미국이민위원회(AIC)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ICE 구금시설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구금자 수가 약 50% 급증하면서 과밀 수용, 의료 방치, 정신 건강 악화가 사망 증가로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UCLA 산하 아시아계 미국인 연구소가 지난 7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아시아계 이민자 체포 건수는 지난해 700건 미만에서 올해 2~5월 약 2000건으로 급증했다. 체포자 중 약 3분의 1은 중국, 4분의 1은 인도, 약 6분의 1은 베트남 출신이었다. 반면 유죄 판결을 받은 구금자 비율은 올해 초 50%에서 6월에는 30% 이하로 떨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