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저스가 떨고 있다.
다저스는 23일 콜로라도와의 경기에서 연장 10회 접전끝에 7-5로 힘겹게 승리했다.
비슷한 시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도 샌디에고 파드레스와의 연장 10회 접전끝에 6-7로 패했다.
내셔널리그 서부조 1위 샌프란시스코와 2위 다저스간의 승차는 1게임차로 좁혀졌다.
이 좁혀질 듯, 좁혀질 듯 좁혀지지 않는 1,2위 간의 순위 경쟁은 후반 더욱 치열해 지고 있다.
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는 정규시즌 딱 9경기씩을 남겨놓고 있는 가운데 와일드카드 경기도 대비해야 한다.
23일 현재 98승 55패로 서부조 2위이자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독보적인 1위인 다저스는 괴롭다. 와일드카드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을 경우, 2위가 거의 확실한, 현재 12연승을 달리며 시즌 막판 기적같은 와일드카드로 플레이오프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때문이다.
‘가을좀비’ 가을마다 연승행진으로 플레이오프에 나서거나, 플레이오프에서 질 듯 질 듯 살아나는 세인트루이스에게 붙여진 별명인데, 지금 세인트루이스가 ‘가을좀비’로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세인트루이스는 이날 밀워키를 8-5로 꺾고 12연승과 함께 와일드카드 서부조 2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3위 신시내티와는 5경기차.
현재 상태대로 순위가 굳혀진다면 다저스는 플레이오프 디비전시리즈에 앞서 열리는 단판승부 와일드카드 경기에 나서 세인트루이스를 만나야 한다.
정규 시즌 100승에 달하는 팀이 와일드카드에 진출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와일드카드 제도, 나아가 메이저리그 플레이오프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도 많지만 아메리칸리그 동부조에서 보스턴과 뉴욕 양키스가 순위 다툼을 할 때도 늘 이같은 논란은 있었지만 그 때마다 보스턴과 양키스는 보란듯 와일드카드를 통과하고 플레이오프에서 승승장구했다. 자꾸 이런 논란이 커지면 다저스만 창피할 뿐이다. 어느때보다 강력한 내셔널리그 서부조에 속한 것을 탓해야 한다.
아무튼 다저스는 와일드카드에 나서 세인트루이스를 만나면 괴로운 상황이 펼쳐진다.
2000년대 들어서 다저스는 플레이오프에 12번 나서 (특히 2013년부터는 8회 연속) 세인트루이스를 4번 만났다. 성적은 좋지 않다.
2004년 디비전 시리즈에서 세인트루이스에게 시리즈 전적 1승 3패로 무릎을 꿀었지만 2009년에는 역시 디비전 시리즈에서 만나 3승 무패로 챔피언십시리즈에 진출하기도 했다. 당시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필라델피아에게 1승 4패로 월드시리즈 진출이 무산됐다.
그리고 2013년 다저스는 세인트루이스를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만나 2승 4패로 무릎을 꿇었으며, 이듬해 2014년에는 디비전 시리즈에서 1승 3패로 역시 또 무릎을 꿇으며, 세인트루이스만 플레이오프에서 만나면 자주 무릎을 꿇는 수모를 당했다.
2021년 올시즌 다저스는 세인트루이스와 정규시즌 성적 4승 3패로 앞서있지만 지금의 세인트루이스는 다저스가 정규시즌에 만났던 세인트루이스와는 전력이 조금은 다르다. JA 햅과 백전노장 존 레스터를 영입하며 마운드를 강화했고, 아담 웨인라이트와 마일스 마이콜라스, 제이크 우드포드 등의 선발투수들이 탄탄한 경기 운영으로 12연승을 이끌고 있다. 연승행진도중 김광현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우려도 나왔지만 12연승 째였던 23일 경기에서 1-5로 크게 뒤지고 있던 5회말 투입돼 8-5 역전승의 발판을 놓기도 했다. 이렇게 ‘가을좀비’ 세인트루이스는 지는 법을 잊어버린 듯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정규시즌이 막바지에 다다른 가운데 세인트루이스의 상승세는 플레이오프에서 영 껄끄러워하는 다저스에게 불안요소이다.
지난해 챔피언인 다저스가 만약 플레이오프에서 세인트루이스를 만난다면 극복할 수 있을까?
지난해 우승팀인 LA 레이커스가 플레이오프 도중 탈락한 것처럼, 다저스는 세인트루이스를 넘지 못하고 조기에 탈락할 가능성도 말하기 어렵지만 예상가능한 시나리오다. 세인트루이스는 그만큼 현재 팀 전력이 좋고, 다저스와의 플레이오프 전적도 그들에게 자신감을 주기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저스는 남은 9경기에서 무조건 내셔널리그 서부조 1위를 탈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가을좀비’를 만나야 한다.
<이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