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이닝짜리 투수로 전락?
류현진이 2021 시즌을 마무리 했다. 시즌 14승 10패, 평균자책점 4.37.
류현진의 기록이라고 보기에 어려운 부진이다. 14승으로 자신의 메이저리그 최다승과 동률을 이뤘지만 메이저리그 진출 후 처음으로 두자릿수 패배를 당했고, 4점대 방어율을 기록했다.
아메리칸리그 동부조로 이적했을 때 3점대 방어율만 해도 잘하는 것이라고 미리부터 변명거리를 만들었지만 이를 훌쩍 뛰어넘은 4.37의 방어율이다.
팀에서도 입지를 잃어가며 1선발 위치도 로비 레이에게 넘겨주기도 했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진출 후 가장 많은 31경기에 선발등판했지만 투구 169이닝밖에 던지지 않았다.
규정이닝이 162이닝인 점을 감안하면 선발투수로서 많은 경기에 나섰지만 많은 이닝을 던지지 못한 것이다. 류현진은 시즌 평균 5.4이닝정도를 던짐 셈이다. 때문에 5이닝짜리 선발투수라는 꼬리표가 새로 붙게 된 것이다.
31경기 선발출전에서 퀄리트 스타트 (6이닝 3실점 1하)는 13차례에 그쳤고, 5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강판된 경기도 무려 8번이나 있었다.
2021 시즌 월별로 정리해 보면
토론토 이적 두 번째 시즌을 맞은 류현진은 5월까지 5승2패 평균자책점 2.64의 성적을 내며 에이스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4월25일 탬파베이 레이스전에서 엉덩이 근육에 통증을 느껴 부상자 명단에 올랐지만 열흘 만에 복귀해 활약을 이어갔다.
그러나 주무기인 체인지업의 위력이 떨어지면서 6월부터 고전했다. 6월 한 달간 성적은 2승2패 평균자책점 4.88에 그쳤다.
7월에는 4경기에서 3승1패 평균자책점 2.73을 거뒀다. 내용을 들여다 보면 아쉬움이 남는다. 7월1일 시애틀 매리너스전에서 4이닝 5실점(4자책점)으로 패전을 떠안았고, 24일 뉴욕 메츠전에서는 4⅓이닝 3실점으로 조기강판을 당했다.
류현진의 부진은 8월에도 계속됐다. 8월8일 보스턴 레드삭스전과 26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전에서 나란히 3⅔이닝 7실점으로 물러나며 체면을 구겼다.
머리 잘라서? 수염 깎아서? 위력 잃어버린 류현진 10패째
팀이 가을야구 티켓을 두고 열띤 경쟁을 벌이던 9월에도 류현진은 큰 힘이 되어주지 못했다. 목 부상으로 부상자 명단에 오르기도 했던 류현진의 9월 성적은 4경기 1승2패 평균자책점 9.20에 달한다. 9월17일 미네소타 트윈스전에서는 2이닝 5실점으로 시즌 최소 이닝 소화에 그치기도 했다.
류현진도 부진이 거듭되자 늘 “다음 경기에는 잘하겠다”라는 이야기 대신 “이유를 나도 모르겠다”라는 스스로 지친 모습을 보였고, “무슨일이 있어도 마지막 등판에서는 승리하겠다”고 말했지만 3일 마지막 볼티모어와의 경기에서도 2실점하고 정규시즌 등판을 마쳤다. 지역 언론도 플레이오프 진출 좌절 기사를 다루면서도 ‘류현진은 5이닝 2실점’ 이라고 짧게 소개했다. 서운함이 비쳐지는 부분이다.
류현진은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 심기일전해야 한다.
팀이 플레이오프에 나서지 못하면서 쉬는 날은 많아졌다. 플레이오프를 치르는 한달 이상을 다른 선수들에 비해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됐다.
토론토에서의 남은 2년을 버티기 위해서는 스스로 부진했던 모습을 찾아내고, 늘 그랬던 스스로 극복해 내야 한다.
토론토에서의 계약은 2023년 까지로 2년이 남은 상태이고, 2023년이면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꼭 10년째 되는 해이기도 하다. 또 한번의 자유계약 선수 계약을 위해서는 남은 2년의 꾸준함이 관건이다. 팀의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끌어내면 금상첨화다.
토론토는 이번 시즌 조지 스프링어 등을 영입하는 등 플레이오프 진출 희망을 기대했지만 스프링어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번 오프시즌에는 대어급 투수를 영입할 가능성이 크다. 벌써 잭 그레인키 등이 거론되고 있는 중이다.
<이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