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개막전 1번 타자’로 미국 메이저리그(MLB) 데뷔를 예약했다.
14일 NBC 스포츠 베이에이리어, 샌프란시스코 클로니클 등에 따르면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현지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이정후가 개막전 1번 타자로 나서지 않는다면 충격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개막전까지는 아직 한 달 넘게 남아있고, 시범경기도 시작되지 않았지만 사령탑은 일찌감치 이정후를 톱타자로 낙점했다.
투수 유형에 따라 좌·우타자를 번갈아 내는 플래툰 시스템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 멜빈 감독은 왼손, 오른손 투수 모두를 상대로 1번 타자에 이정후를 기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멜빈 감독은 이미 지난해 말에도 이정후를 1번 타자로 기용하겠단 뜻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이정후가 팀의 톱타자로 나서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며 “안 될 이유가 없다”고 ‘공격 첨병’ 이정후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이정후는 멜빈 감독의 기용 방침에 대해 “그런 일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 말을 들었으니 그 목표를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고 자신을 채찍질했다.
멜빈 감독은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이정후가 이에 개의치 않고 팀에 빠르게 녹아들고 있는 것에도 깊은 인상을 받고 있다.
멜빈 감독은 “이정후를 둘러싼 분위기가 매우 뜨겁다”며 “이정후도, 우리도 그것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스프링트레이닝 분위기를 설명했다.
“나는 수많은 유명 일본 선수들을 만났고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는 김하성과도 함께했다. 내 눈에는 이정후가 얼마나 빨리 적응하고 있는지, 얼마나 편안하게 지내는지 놀라울 정도”라며 이정후의 적응력을 높이 샀다.
이어 “선수들과 농담도 잘한다. 보통은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리는데 그는 쉽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성격이다. 지금까지 모든 것이 훌륭했다”고 칭찬했다.
이정후가 일찌감치 ‘1번 타자’를 예약한 샌프란시스코의 정규시즌 개막전은 다음달 2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맞대결로 펼쳐진다.
김하성도 샌디에이고의 1번 타자로 나올 가능성이 있어 이정후와 김하성의 ‘한국인 톱타자’ 맞대결도 벌어질 수 있다. 이정후는 “한국 야구에 역사적인 순간이 될 것”이라며 개막전 김하성과의 맞대결에도 기대감을 드러냈다.
지난해까지 KBO리그에서 활약한 이정후는 지난해 말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1300만 달러의 계약을 맺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새로운 출발을 앞둔 이정후는 “메이저리그에서 뛴 적이 없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적응해서 팀에 도움이 돼야 한다. 시범경기에 많이 출전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