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리조나 카디널스의 마이클 비드윌 구단주는 지난 주 이런 말을 했다.
“홈과 똑같이 만들어 주겠다”
NFL 내셔널 풋볼 컨퍼런스 와일드 카드 경기가 열렸던 13일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스테이트 팜 스타디움은 정말 약속대로 소파이 스타디움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램스의 홈구장과 똑같았다.
당초 LA 램스와 미네소타 바이킹스 간의 와일드카드 경기는 LA의 소파이 스타디움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산불로 인해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스테이트 팜 스타디움으로 옮겨졌다.
흔쾌히 경기장을 빌려준 것 뿐아니라 이날 경기가 열린 경기장은 단 5일간의 준비기간 동안 경기장 중앙에는 램스의 로고가 양쪽 엔드존에는 “로스앤젤레스”그리고 “램스”가 새겨졌다.
경기장을 옮겨 경기를 치르게 되면서 NFL사무국과 중계사인 ESPN 등은 경기장 이전에 총력전을 펼쳤고, 애리조나 카디널스가 큰 도움을 줬다.
카디널스는 전세기 두 대를 LA로 보내 지난 10일(금) 구장 관계자들과 코치진 그리고 스태프와 그들의 가족들, 그리고 당연히 선수단과 그들의 가족들까지 모두 335명을 애리조나로 이동시켰다. 반려견 6마리와 고양이 2마리도 함께 했다.
램스의 모든 장비는 400마일이 떨어진 피닉스까지 트럭을 이용해 옮겨졌고, 금요일에 출발한 트럭은 토요일(11일) 오전 12시 30분에 경기장에 도착했다. 도착을 기다렸던 영상팀, IT팀 등이 밤샘 작업으로 시설 준비를 마무리했다.
애리조나는 라커룸을 모두 비우고 74개의 선수 사물함을 모두 램스 장비로 장착했고, 애리조나의 쿼터백 카일러 머레이의 사물함은 램스의 쿼터백 매튜 스태포드의 이름으로 바뀌었고, 락커룸은 모두 파란색과 노란색의 램스 색으로 칠해졌다.
애리조나 잔디 관리자는 램스의 로열 블루와 솔 옐로우 색상으로 페인트를 칠하기 위해 200갤런의 페인트를 공수해 작업을 완료했다. 이 페인트는 홈디포 등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것으로 페인트는 미시시피주 릴랜드의 월드 클래스 페인트에서 공수해 11일 오전에 구장에 도착했고, 도착하자마자 작업이 시작됐다.
일찌감치 플레이오프에 탈락해 정규시즌 후 자신들만의 계획을 세워뒀던 애리조나 구단 관계자들 근로자들 3500명이 모두 휴가를 반납하고 경기장에 출근했다. 경기장 스낵바 운영을 위한 치킨과 햄버거, 그리고 피자와 핫도그 등을 협력업체와 노력해 완벽하게 플레이오프에 맞게 준비했다.
로저 구델 NFL 커미셔너는 “월요일 밤에 모두가 램스 구장으로 느낄 것”이라고 말하고, “램스의 홈 경기처럼 보일 것”이라며 “많은 표시가 램스의 구장처럼 보이게 할 것이고, 이렇게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는 것을, 경기를 보는 사람들이 인식할 것이며, 응급 구조대원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다”고 경기 전 인터뷰에서 밝혔다.
선수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램스의 쿼터백 매튜 스태포드는 버스를 대여해 램스의 팬 약 2천 명을 소파이 스타디움에서 스테이트 팜 스타디움으로 수송할 수 있도록 했고, 미네소타 팬들은 “어디로 가야하며, 어떻게 LA를 도울 수 있는지 알려달라”며 구호에 동참했다.
이날 경기에 나선 LA램스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들은 “LAFD”라고 써 있는 셔츠를 입고 소방관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또 이날 판매된 용품 수익금 전액은 소방국과 적십자에 기부할 예정이다.
경기장 곳곳에 소방관들에 대한 감사의 문구가 적혔고, LA TOGETHER이라는 대형 프랭카드가 걸리기도 했다.
이날 경기는 시종 일관 램스의 일방적인 우세 속에 램스가 27-9로 승리를 거두고 디비전 라운드에 진출했다.
디비전 경기에서 램스는 필라델피아 이글스와 원정경기를 하게 된다.
앞으로 램스가 몇 번의 경기를 더 할지 모르겠지만 스테이트 팜 경기장은 만일을 대비해 램스가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할 때 까지 변경된 구장을 그대로 유지할 계획이다.
NFL의 체계적인 위기관리 시스템과 구단 간의 협력이 만들어낸 완벽한 결과였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응원과 기세를 등에 업고 램스가 슈퍼볼까지 진춭할 수 있을까? 일단 한 고비는 넘겼고, 큰 응원을 받고 있다.
2025년 슈퍼볼은 2월9일 뉴올리언스의 슈퍼돔에서 열린다.
뉴올리언스의 새해 차량 돌진 테러사건과 LA의 산불 재해 등이 맞물려 LA램스가 슈퍼볼에 진출한다면 드라마틱한 장면이 연출될 수 있다. 뉴올리언스 세인츠는 플레이오프에 탈락했다.
<이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