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년 만에 나선 메이저리그(MLB) 월드시리즈(WS) 무대에서 LA 다저스와 만난 토론토 블루제이스가 2023년 12월의 아픔을 떠올린다.
다저스와 토론토는 2023시즌을 마친 후 프리에이전트(FA) 시장의 최대어였던 오타니 쇼헤이(다저스)를 영입하기 위해 물밑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웃은 것은 다저스였다. 오타니는 당시 MLB 역대 최대 규모인 10년, 7억 달러(약 1조16억원)에 다저스와 계약을 맺었다.
영입전에서 밀린 토론토는 큰 상처를 입었다.
당시 오타니 영입을 주도했던 로스 앳킨스 토론토 단장은 “오타니 측으로부터 받은 계약 결렬 전화는 내 인생에서 가장 받기 힘든 전화였다”고 공개적으로 토로하기도했다.
MLB닷컴은 WS를 사흘 앞둔 21일 토론토가 2023년 말 오타니에게 얼마나 간절하게 구애 작전을 펼쳤는지 되돌아봤다.
이 매체는 “오타니 영입전 패배는 토론토 역사에서 가장 가슴 아픈 순간으로 남아있다”며 “오타니에 대한 적대감은 어느정도 사라졌지만, 마음이 상처가 완전히 아문 것은 아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간 알려진 오타니 영입전과 관련한 비화를 소개했다.
2023년 12월 토론토는 오타니에게 전방위적인 구애 작전을 펼쳤다.
오타니가 플로리다주 더니든의 스프링캠프 훈련 시설을 살펴보고 싶다는 의사를 드러내자 토론토는 당일 훈련 시설을 완전히 비웠다.
토론토의 젊은 선수들은 당시 구단의 중요한 회의가 열리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몇몇 빅리거들은 눈치를 챘지만, 입을 꾹 다물었다.
그리고 에드워드 로저스 구단 회장, 마크 셔피로 사장, 앳킨스 단장, 존 슈나이더 감독 등 구단 고위 관계자들이 검은색 SUV를 타고 훈련 시설에 온 오타니를 맞이했다.
슈나이더 감독은 “진지하게 대통령이 온 것 같았다”고 떠올렸다.
오타니는 훈련 시설을 다니며 살펴봤다.
훈련 시설을 둘러보던 중 TV 화면을 통해 두 명의 선수가 캐치볼을 하는 장면이 나오자 오타니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오타니가 우려하는 것을 느낀 구단 관계자는 “이들은 이곳이 아닌 TD 볼파크에서 훈련 중”이라고 안심시켰다.

MLB닷컴은 당시 토론토 구단의 모든 세계가 오타니의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훈련 시설 클럽하우스는 오타니를 위해 꾸며졌다. 그의 유니폼과 그가 좋아하는 운동 장비, 소품들로 장식됐다.
MLB닷컴은 “구단 관계자 중 누군가는 오타니가 어떤 주스를 좋아하는지, 어떤 커피를 좋아하는지 알아내는 임무를 맡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토론토는 오타니의 반려견인 데코이를 위해 강아지 옷도 준비했다.
오타니는 토론토가 마련한 선물을 모두 챙겨갔고, 토론토는 영입전에서 승리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오타니는 결국 다저스행을 택했다.

MLB닷컴은 “토론토는 잔인한 겨울을 보냈고, 2024시즌 생기를 잃은 모습이었다”고 오타니 영입전 실패 여파를 표현했다.
하지만 토론토는 오타니 영입 실패 이후 리빌딩 과정을 거쳤고, 올 시즌 강팀으로 거듭났다.
토론토는 올해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서 지난해 WS 준우승 팀인 뉴욕 양키스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5전3선승제)에 직행한 토론토는 양키스를 3승 1패로 물리쳤고, 챔피언십시리즈(7전4선승제)에서 시애틀 매리너스를 7차전 혈투 끝에 제압해 WS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토론토가 WS에 나선 것은 1993년 이후 32년 만이다.
MLB닷컴은 “지구상 최고 선수인 오타니를 대체할 선수는 없다. 하지만 MLB는 (한 두명의 스타로 승리할 수 있는) 미국프로농구(NBA)가 아니다”며 “토론토는 상처를 준 오타니를 WS에서 만난다. 오타니가 토론토 앞에 서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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