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기업 ‘메타’가 불법 음란물 콘텐츠로부터 미성년자를 보호하지 않고 있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자사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은 여전히 미성년자 계정에 성적 내용이 담긴 동영상을 추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메타는 이와 관련해 청소년 보호를 등한시한다는 비판이 일자, 16세 미만 청소년에게는 성적으로 노골적인 콘텐츠가 표시되지 않도록 규제를 강화한 바 있다. 그런데도 수개월이 지나도록 관련 문제가 시정되지 않은 것이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는 로라 에델슨 미 노스이스턴대 컴퓨터과학과 교수와 함께 지난 1월부터 이달까지 약 6개월간 실험을 진행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파악했다고 20일(현지시각) 밝혔다.
실험 진행 방식은 연령을 13세로 설정한 새 계정을 만든 후 인스타그램의 숏폼 플랫폼인 ‘릴스'(Reels)를 시청하는 것이다.
릴스는 시청 시작부터 한 여성이 선정적인 자세로 춤을 추거나 특정 신체 부위를 강조하는 자세를 취하는 등의 자극적인 영상을 제공했다.
특히 다른 내용의 영상은 건너뛰고 이 같은 선정적 영상을 끝까지 시청하자, 릴스를 본 지 20분이 채 지나지 않아 콘텐츠 추천 피드에는 성적인 내용이 담긴 사진·동영상으로 가득 찼다.
심지어 일부는 게시물에 참여한 사용자에게 알몸 사진을 보내겠다는 제안까지 했다고 WSJ는 전했다.
에델슨 교수진은 재차 새 계정을 만든 후 이번에는 그 누구도 팔로우하거나 어떤 것도 검색하지 않았다. 콘텐츠 추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활동을 피한 것이다.
그리고서 릴스를 시청하자, 초기 추천 콘텐츠에는 전통적인 코미디, 자동차, 액션 등의 영상이 포함됐다.
그러다 성적인 내용이 암시되는 춤을 추거나 선정적인 자세를 취하는 여성의 영상이 나타났고 이를 시청하자 그와 관련된 영상이 계속해서 추천 목록에 올라왔다. 당시 실험진은 그 어떤 동영상에도 ‘좋아요’나 ‘저장’ 등을 누르지 않았다.
WSJ와 에델슨 교수는 인스타그램과 유사한 플랫폼인 스냅챗(Snapchat)과 틱톡(TikTok)에서도 같은 실험을 진행했으나, 이들 플랫폼은 미성년자에게 성적인 콘텐츠를 보여주지 않았다.
이에 대해 에델슨 교수는 “세 플랫폼 모두 10대에게 추천하는 콘텐츠는 (성인에게 추천하는 것과) 차이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며 “그러나 인스타그램 릴스에서 10대에게 추천하는 영상이 틱톡에서 성인들에게 제공되는 영상보다 훨씬 더 노골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인스타그램의 운영사인 메타는 테스트 결과가 10대의 전반적인 경험을 대표하지 못한다고 일축했다. 앤디 스톤 메타 대변인은 “10대들이 인스타그램을 사용하는 현실과 맞지 않는, 인위적인 실험”이라고 말했다.
미국 빅테크 기업 ‘메타’가 불법 음란물 콘텐츠로부터 미성년자를 보호하지 않고 있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자사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은 여전히 미성년자 계정에 성적 내용이 담긴 동영상을 추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프랑스 파리에서 지난해 6월14일 열린 비바텍 쇼에서 메타 로고가 보이고 있는 모습. 2024.03.25.
앞서 메타는 지난 1월 청소년 계정에 성적인 내용의 콘텐츠가 등장하는 데 대한 비판이 일자, 성적으로 민감한 콘텐츠에 대한 필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메타는 만 18세 미만 청소년 계정은 자동으로 ‘가장 제한적인’ 콘텐츠 설정에 배치된다. 특히 16세 미만 청소년에게는 성적인 내용이 포함된 콘텐츠는 표시되지 않도록 했다. 아울러 이에 대한 설정을 바꿀 수 없도록 규제했다.
한편 지난해 12월 미국 뉴멕시코주는 인스타그램 운영사 메타가 미성년자를 불법 음란물 콘텐츠로부터 보호하지 않고 방치하고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라울 토레즈 뉴멕시코주 법무부 장관은 14세 이하 미성년자의 가짜 계정을 만든 후 어떤 관심을 표하지 않았는데도 노골적인 음란물이나 성적 콘텐츠가 인스타그램에 노출됐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그해 10월 미 41개 주 연합 등이 메타가 청소년들에게 필터링 없이 유해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며 고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