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A 카운티 최고경영자(CEO) 페시아 데이븐포트가 지난 7월 카운티로부터 200만달러의 합의금을 비공개로 수령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14일 LAist는 입수한 합의 문서를 근거로 데이븐포트는 카운티 측을 상대로 “명예 훼손, 당혹감, 정서적 고통” 등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요구했고, 카운티는 법적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조건으로 거액의 합의금을 지급했다고 보도했다.
문제는 이 합의가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합의 승인 과정은 7월 29일 열린 카운티 감독위원회(closed session, 비공개 회의)에서 처리됐으며, 당시 회의록에는 단순히 “잠정 합의안 승인”으로만 기록되어 있었다. 이후
서류상 공식 보고도, 언론 공지도, 주민 공청회도 없었다.
‘납세자 돈으로 한 비밀 합의’
카운티가 공적 자금으로 개인에게 거액을 지급하면서 “기밀 유지 조항(confidentiality clause)” 을 명시한 것은 공공기관의 원칙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합의서에는 “이 사건과 관련된 정보, 금액, 세부 내용은 공개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으며, 카운티 이사회 구성원에게조차 “데이븐포트의 평판을 훼손하는 발언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이 붙었다.
정치 감시 단체인 커먼코즈 캘리포니아(Common Cause California)는 “납세자 돈으로 이뤄진 합의는 공공기록으로 남아야 한다”며 “비공개 합의는 카운티가 책임을 피하려는 시도로 해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Measure G와의 연관 의혹
데이븐포트는 합의 요청서에서 Measure G — 카운티 CEO를 선거로 선출하는 제도 개편 — 과정에서 자신의 “직업적 평판, 건강, 커리어, 수입과 은퇴계획이 손상됐다”고 주장했다.
Measure G는 2025년 봄 유권자 투표로 통과되었고, 이는 현직 임명제 CEO였던 데이븐포트의 권한과 지위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변화였다.
카운티 내부에서는 이 조치가 “정치적 결정으로 인한 개인 보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즉, 제도적 변화로 인해 직무 불안정이 생겼다는 이유로 공금이 개인에게 지급된 셈이다.
‘건강상의 이유’라는 휴가 발표, 타이밍 겹쳐 의혹 증폭
합의가 체결된 지 불과 몇 주 후인 10월 초, 데이븐포트는 “건강상의 이유” 로 수개월간 휴가에 들어간다고 내부 이메일을 통해 통보했다.
그녀의 대변인은 합의와 휴가는 무관하다고 해명했지만, 합의가 외부에 알려지기 직전 휴가를 발표한 시점이 맞물리면서 “내부 조사 회피용 아니냐”는 의심이 커졌다.
휴가 기간 동안 카운티 운영은 부(副) CEO 조 니치타(Joe Nicchitta)가 맡고 있다.
정치개혁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을 “공공기관의 투명성 위반 사례” 로 지적한다. 공공기금으로 개인에게 보상금을 지급하고 이를 감춘 것은 민주적 책임 구조를 훼손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특히 이번 합의는 법원 판단 없이, 내부 폐쇄 회의에서만 승인된 점이 문제로 꼽힌다.
한 카운티 내부 직원은 LAist에 “이런 식의 ‘조용한 보상’은 결국 행정 책임을 모호하게 만들고, 공직자 간 신뢰를 무너뜨린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개인 합의가 아니라, 공공기관이 어떻게 권력 내부의 갈등을 처리하는가 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데이븐포트가 받은 200만달러는 단순한 위자료가 아니라, 시민이 알아야 할 정보가 ‘기밀’로 감춰질 수 있음을 보여준 경고다.
<박성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