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사고로 국민들이 충격과 슬픔에 빠진 가운데 ‘오버투어리즘'(과잉관광)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오버투어리즘’은 관광지에 수용 가능한 범위를 넘어서는 관광객들이 지나치게 몰리며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하는 현상을 뜻한다. 이번 참사 이전에도 국내에서는 청와대 개방 후 인파가 몰려들며 문화재가 훼손되고 우영우 팽나무에 수많은 관광객이 몰리며 몸살을 앓는 등 오버투어리즘 부작용이 발생해왔다.
전세계 관광객들이 몰리는 해외 관광지에서는 ‘오버투어리즘’에 대한 대응이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는 오버투어리즘으로 인한 부작용을 막기 위해 2018년 제정한 방문객 입장료 징수 조례안을 내년 1월부터 시행한다. 이에 따라 내년 1월16일부터 베네치아 본섬 역사지구와 리도·무라노·부라노 등 주변 섬을 찾는 당일 관광객은 최대 10유로(약 1만4000원)를 내야 한다.
필리핀 보라카이는 몰려드는 휴양객들로 섬의 환경이 오염되자 2018년 4월부터 6개월간 섬을 폐쇄하는 극단적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미국은 군중 밀집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두고 있다. 외부 행사 때 1인당 공간이 최소 0.3~0.5제곱미터(㎡) 필요하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1㎡당 2, 3명 이상 몰릴 경우 당국이 적절한 관리에 들어간다.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열리는 새해맞이 행사 ‘볼드롭’에는 100만~200만명의 인파가 몰리지만 사방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구획화해 인파를 분산하고 있다. 뉴욕은 핼러윈축제 때 주요 100개 구간에 보행자 통행로 확보를 위해 ‘차 없는 거리’를 실시하고 있다.
교토는 유명관광지로만 몰려드는 관광객들을 분산하기 위해 2018년 후시미, 오오하라, 타카오, 야마시나, 니시쿄, 케이호쿠 등을 알리는 ‘간직하고 싶은 교토’ 프로젝트를 실시, 관광객 분산에 나서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무선인터넷과 CCTV와 통신사 기지국 정보 등을 활용한 군중 밀집 안전 대책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란수 프로젝트 수 대표 겸 한양대 관광학부 겸임교수는 “새벽에 이태원 사고 현장 앞을 지나갔는데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가슴이 아팠다”며 “오버투어리즘 대책이 조금이라도 실현됐다면 분명 미연에 방지할 수 있던 사고”라고 평가했다.
정 교수는 “현재도 일부 관광지에서는 CCTV나 무인계측기 등을 활용해 관광객 통계를 낸다”며 “밀집도를 확인해 위험 수준이 되면 그 공간에 있는 관광객들에게 경보 알람을 보내고 관제 시스템에 통보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은 기술”이라고 했다. 이어 “이같은 조치가 있었다면 이번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그는 “전국적으로 이런 기술을 도입하는 것은 힘들겠지만 이태원의 경우 전세계에서 관광객이 몰려드는 관광특구였다”며 “관광특구로 지정될 때 이같은 오버투어리즘 대책을 마련하도록 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다른 관계자는 “이태원 참사는 정부의 안전 관리 실패로 발생한 것으로, 오버투어리즘 측면으로만 바라볼 일은 아니다”라며 “다시는 이런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반성하고, 공공 안전 관리 시스템에 다른 사각지대는 없는 지 찬찬히 살펴보고 개선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