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남 한복판, 유리로 된 빌딩 1층에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길을 걷던 외국인 관광객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건 현대차·기아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로봇 팔이 이리저리 움직이고,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폿(Spot)’이 움직이자 “우와”하며 탄성이 쏟아졌다.
이곳은 자동차의 ‘속도’가 아닌 ‘미래’를 연구하는 모빌리티 실험실. 강남의 번화함 속에 조용히 미래를 조립하는 공간이다.
지난 3일 문을 연 ‘UX 스튜디오 서울’은 현대차 강남대로 사옥 1~2층에 들어섰다. 내부에는 과거 차량의 변천사와 최첨단 소프트웨어 연구 시설이 공존한다. 마치 박물관과 연구소가 합쳐진 듯한 조합이 인상적이다.
기존 UX 스튜디오는 일부 초청 고객을 대상으로 비공개 운영됐지만, 강남으로 확장 이전하면서 누구나 방문하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일반인이 자동차 사용자 경험(UX) 개발에 참여하는 건 세계 최초 사례다.
UX 스튜디오 서울은 크게 UX 전시 콘텐츠를 체험하고 리서치에 참여할 수 있는 1층 ‘오픈랩’과 몰입형 UX 연구 공간인 2층 ‘어드밴스드 리서치 랩’으로 구성된다.
오픈 랩에서는 현대차·기아의 UX 콘셉트가 어떻게 개발되고 구현·검증 되는지 직접 경험할 수 있다. 나무로 만든 실험용 모형(스터디 벅)에 탑승해 다양한 콘셉트 등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존에서는 현대차그룹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플레오스 커넥트’가 장착된 테스트베드 차량에 탑승해 다양한 기능을 조작할 수도 있다.
조수석에 앉아 “뒷좌석 창문 반만 닫아줘”라고 말하자 차량은 즉각 명령을 실행했다. 발화자 위치를 인식하는 기술도 적용돼 “창문 닫아줘”라고만 해도 말한 사람 쪽 창문만 닫히는 섬세한 UX가 구현되어 있었다.
2층 ‘어드밴스드 리서치 랩’은 몰입형 UX 연구 공간이다. 이곳은 ▲UX 캔버스 및 피처 개발 룸 ▲시뮬레이션 룸 ▲UX 라운지 및 차량 전시 공간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피처 개발룸은 자율주행 UX, 고성능 차량 UX 등 분야별로 세분화된 연구공간이다. 이곳은 실제 UX 연구원들의 업무가 진행되는 곳으로, 모든 고객에게 개방된 1층과 달리 연구 참여 목적으로 사전 모집된 사용자만 방문이 가능하다.
영화관 같은 시뮬레이션 룸에 들어가니 차량 모형이 눈에 띄었다. 이곳은 준중형 세단에서 대형 스포츠실용차(SUV)까지 변형이 가능한 가변 테스트 벅부터 대형 커브드 디스플레이를 갖춰 실제 운전하는 것과 유사한 평가 환경을 연출할 수 있다.
운행 중에는 벅 내부에 설치된 카메라와 센서를 통해 운전자의 행동과 주행 데이터가 축적되고, 이후 데이터베이스에 모두 저장된다. 현대차·기아는 누적된 사용자 데이터를 UX 연구 과정에 적극 활용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K-News LA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