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간 감소하던 미국의 낙태 수술 건수가 최근 3년 사이 8% 가까이 증가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낙태권과 관련 미국 연방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 이 같은 보고서가 나와 주목된다.
15일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임신 중단권을 옹호하는 구트마허 연구소는 지난 30년간 감소세에 있던 미국 낙태율이 2017년 18.4%를 기록하며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2020년엔 20.8%를 기록하며 임신 5건 중 1건은 낙태가 이뤄진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미국 전역에 있는 낙태 시술자와 접촉해 자료를 모으는 이 연구소는 2017년 86만2320건이던 낙태 건수가 2020년 93만160건으로 증가했다고 전했다.
증가세는 모든 주(州)에서 나타났으며 서부지역은 12%, 중서부지역은 10%, 남부에선 8%, 그리고 북동부에선 2%가량 증가한 것으로 기록됐다.
가임기 여성 낙태율은 2017년 1000명당 13.5명에서 2020년 1000명당 14.4명으로 7%나 증가했다.
해당 보고서는 병원이나 보건소에서 일어난 내·외과적 낙태를 모두 집계했으나 인터넷으로 구매한 의약품에 의한 낙태는 포함하지 않았다.
이 보고서는 미국에서 50년 가까이 낙태를 합법화해온 ‘로 대(對) 웨이드’ 판결을 사실상 뒤집을 수 있는 대법원의 판결을 앞두고 공개됐다.
지난달 유출된 대법원 판결문 초안에 따르면 9명의 재판관 중 과반수가 기존 판결을 뒤집는 데 찬성하는 것으로 보였다.
NYT는 이르면 이달 중 발표될 법원의 최종 판결이 유출된 초안과 비슷하다면 미국 전체 주 중 절반가량이 빠르게 낙태를 금지하거나 엄격하게 제한할 것으로 예상했다.
동시에 다른 주들은 낙태가 불가능해질 주의 환자에 대한 접근성을 확대할 준비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구트마허 연구소의 자료는 종합적이지는 않지만 2019년 11월 질병통제센터(CDC) 또한 2018년 몇 년간 이어지던 낙태율 감소세가 끝나고 2019년 낙태율이 2% 증가했다 발표하며 연구소와 비슷한 결과를 보였다.
보고서는 이번 조사 결과가 “대법원의 낙태권 판결을 앞둔 현재 미국에서 낙태 치료의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또한 이런 증가세의 원인을 다양한 요인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낙태 수술을 받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난하거나 소득이 낮다”며 “일부 주에서 낙태 치료 지원을 확대한 것이 낙태를 할 여유가 없었던 사람들이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보수적인 주에서 낙태 절차에 제한을 강화하는 와중에도 낙태가 증가했다”며 “이미 상당한 제한이 있는 와중에 신설된 법은 낙태를 막지 못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또한 낙태 증가세를 부추겼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트럼프 정부가 무료 및 저비용 피임 지원 예산을 삭감했다”며 “이 정책이 의도치 않은 임신과 낙태 치료의 필요성을 증가시켰다”고 비판했다.
이 단체에 소속된 연구원 레이철 존스는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증가폭이 컸다”며 “상관관계는 불분명하지만 이와 동시에 미국의 출산율이 6% 감소했다”고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