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영주권자들, “미국 정부가 거짓말해..영주권 아무 의미 없어”
미국 정부가 아프가니스탄 탈출 작전을 ‘대단한 성공’이라고 자평했지만 그곳에 남은 미 영주권 소유자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 정부 관계자들이 자신들에게 거짓말하고 속이며 탈출을 돕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AP통신은 2일 미 영주권자인 자베드 하비비씨 가족의 사연을 보도했다.
하비비는 미국의 아프간 공수작전 마지막 날 미국 정부로부터 그의 아내와 네 딸들을 남겨두지 않겠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전화를 건 상대방은 그에게 대피할 것임을 강조하며 걱정하지 말고 집에 있으라고 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난달 30일 미군의 마지막 비행편이 카불 공항을 떠났다는 소식과 함께 탈레반이 미국에 승리를 거둔 것을 자축하는 총소리가 들리자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고 했다.
하비비는 미국 정부에 대해 “그들은 우리에게 거짓말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18일 미국 정부로부터 영주권을 소지한 모든 사람들이 대피해야한다는 이메일을 받았다고 했다. 이어 그가 가족을 데리고 공항으로 가야한다는 이메일도 받았다.
하비비는 가족들을 데리고 공항을 향했지만 갈 수 없었다고 했다. 공항에서 짓밟힐 뻔 할 정도로 복잡했기 때문이다.
이후에도 공항으로 가야 한다는 연락은 계속 왔고, 하비비 가족은 추가적인 4~5번의 탈출 시도 끝에 공항 출입구에서 영주권을 스캔했지만 입국을 거부당했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 측은 하비비 가족에게 통화로 “당신을 구출할 것이다. 어디 있는지 알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하비비는 “누가 탈레반의 목표가 되는지 알 수 없다. 살해당할 수도 있다. 그런데 미국 정부 측은 아무 조치도 취하고 있지 않다. 영주권은 도대체 무슨 뜻인가. 아무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특별이민비자(SIV)를 받은 아프간인 아즈말 가족의 상황도 비슷하다.
아즈말은 미국 정부가 이메일을 통해 “카불 공항으로 가서 민간인 출입구가 아닌 캠프 설리번 게이트를 이용해달라”면서도 “매일 게이트가 바뀔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따라 아즈말은 비자발급을 받은 자신과 두 형제 등 가족 16명과 함께 공항으로 갔지만 집중 포격과 수천명의 인파가 몰려 집으로 돌려보내졌다.
한번은 오전 3시에 공항 인근서 픽업될 것이란 이메일을 받아 오전 9시까지 거리에서 기다렸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다고 했다.
버지니아에 살고 있는 아즈말의 형 웨이스는 가족들을 미국으로 데려오기 위해 상원에 청원을 제출하고 서류를 작성했다고 AP통신에 전했다.
그는 “화가 난다”며 “(정부는) 항상 노력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그들이 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특전사 출신으로 종군 특파원인 마이클 욘은 중앙아시아 국가에 갇힌 미국인들을 구출하기 위해 사설 네트워크 및 군과 협력하고 있다.
그 역시 구조대가 탈출 대상들을 카불 공항 게이트까지 데려왔지만 미 육군이 “국무부에서 안 된다고 해서 할 수 없다며 외면했다”고 말했다.
욘은 “국민들은 우리 육군에 의해 쫓겨났다. 그들은 우리가 ‘나는 미국인이다’라고 소리치며 여권을 흔들게 했다”고 말했다.
그는 31일 이전 구조활동을 포기한 미군 소령에게 보낸 이메일도 공개했다.
욘은 사령관에게 “당신들은 카불 공항 입구에 미국 시민들을 남겨두고 떠났다”며 “세 대의 빈 수송기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소령은 저와 통화도 했고, 저는 그들이 어디있는지 여권 이미지도 건넸다. 하지만 당신은 그들을 남겨두고 떠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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