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후 첫 중동 순방에 나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을 승인했다고 지목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얼굴을 마주했다.
백악관 풀 기자단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사우디 제다를 방문, 왕궁에서 자신을 맞이하러 나온 살만 왕세자와 주먹을 맞부딪치며 인사했다. 살만 왕세자는 지난 2018년 사우디 출신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을 승인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당초 이번 사우디 방문을 앞두고 살만 왕세자와의 면담 여부는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카슈끄지 암살 사건과 관련해 취임 전부터 사우디를 ‘왕따’로 만들겠다고 공언했었고, 이로 인해 미국과 사우디 관계는 내내 껄끄러운 상태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올해 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은 물론 전 세계적인 유가 급등 국면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사우디 방문을 결정했다. 명분은 GCC+3(걸프협력회의+이집트·이라크·요르단) 정상회의 참석이었지만, 사실상 그간 냉각됐던 사우디와의 관계를 회복하려는 행보로 받아들여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알사우드 국왕과 악수를 나누고 양자 회담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 살만 왕세자도 동석했다. 미국 측에서는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자리했다. 이후 바이든 대통령은 보좌관을 대동하고 살만 왕세자와 실무 회의를 열었다.
لقطة الإستقبال بعدسة وكالة الأنباء السعودية pic.twitter.com/rEjTZg38Qh
— خـالـدٌ (@KhalidAA09) July 15, 2022
이와 관련, 이날 이스라엘에서 사우디로 향하는 기내 브리핑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빈 살만 왕세자를 상대로 카슈끄지 사건을 제기할지 여부에 관해 확답을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설리번 보좌관은 그러나 “그렇게 말하는 건 틀렸다”라고 잘라 말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바이든 대통령은) 언제나 인권 문제를 제기한다”라며 “이번에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근본적인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일은 의제에 오를 것”이라며 “그(대통령)는 이 문제를 제기할 것이다. 언제나 했던 것처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블룸버그는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 행보를 두고 “바이든이 주먹 인사로 사우디 왕세자의 ‘왕따 시대(Pariah Era)’를 닫았다”라고 평가했다.
한편 이번 사우디 방문 기간 바이든 대통령은 사우디는 물론 이집트, 아랍에미리트(UAE), 이라크 정상과도 양자 회담을 진행한다. 아울러 전 세계적 에너지 위기 국면에서 석유 증산 등 에너지 안보 관련 논의도 한다.
설리번 보좌관은 다만 “향후 몇 주 안 오펙플러스(OPEC+·석유수출국기구 및 비산유국 협의체)를 통해 추가 행동이 나오리라고 기대한다”라며 “이곳에서 특정한 양자적 발표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라고 발언, 구체적인 조치는 오펙플러스 맥락에서 이뤄진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