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 방문에 대해 미 CNN은 18일 “준 건 많고 받은 건 적다”는 박한 평가를 내렸다.
사우디아라비아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가 바이든 대통령을 영접하는 장면은 어색할 수밖에 없다. 바이든 수행 기자단이 촬영하지 못한 곳에서 찍힌 사진이 많은 것을 말해 준다. 왕세자는 장기 경주의 승리자처럼 결승선에 도착해 평판을 회복했다는 평가가 가능한 사진이다.
뒤에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 하말 카슈끄지 살해를 두고 왕세자를 공격했다. 그러자 왕세자가 반격에 나서 자신 관련 사실을 부인했고 사우디아라비아 당국자들은 이라크 전쟁 당시 미국이 아부그라이브 교도소에서 저지른 인권침해를 거론했다.
이같은 상황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원했던 것이다. 힘겨루기가 일상인 이 지역에서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의 위세가 높아진 것이다.
이를 두고 외무장관인 파이잘 빈 파란 왕자는 바이든에게도 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앞의) 사진이 바이든이 승리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이 지역과 그 외 지역에서 미국의 핵심 협력국과 협력하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사우디 아라비아 왕국은 지역 안정에 핵심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바이든은 아랍에미리트(UAE)와 카타르 등 산유국들에 앞서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했고 “왕따”시키겠다고 한 이 나라의 실질적 지도자와 거래했다.
아무튼 바이든은 성공적이라고 주장하면서 제재로 줄어든 러시아 석유를 대신할 석유 공급이 늘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공개적인 증산 약속은 없었다. 이 문제를 질문하는 기자들에게 바이든 대통령은 “공급을 늘리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수주내 공급이 늘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주유소들이 휘발유 가격을 내리는 것을 보게 되면 알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바이든이 원한 건 그 이상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 관계를 정상화함으로써 지역 안정을 강화하고 미국과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와의 관계가 소원해지면서 중국과 러시아가 중동에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을 막는 것이다.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는 미국의 대중동 전략을 분명히 해줄 것을 원했다. 사우디는 특히 안보보장을 원했으며 자신이 추진하는 “비전 2030″이 창출할 수많은 사업에 미국이 참여하길 원했고 이스라엘 정부가 사우디 관계 개선을 통해 해줄 수 있는 것을 원했다.
사우디 수도 제다에서의 정상회담에는 이 모든 것들이 걸려 있었다. 치러야 할 대가는 무엇이고 타협할 대상은 무엇인가? 고통과 이익의 절충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란이 핵무기를 갖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는 이란이 핵무장하면 사우디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빈 살만 왕세자는 또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무장을 막기 위해 공격할 경우 일어날 전쟁이 미칠 경제 영향을 우려했다. 그렇지만 미국이 러시아가 갈수록 이란과 밀착한다고 경고하는 와중에 이란의 위협을 막는 것이 우선이었다.
이 지역 국가들을 한데 끌어모으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사우디, 쿠웨이트, UAE, 카타르, 바레인, 오만, 이집트, 이라크, 요르단이 회원인 지난 16일의 걸프협력기구(GCC+3) 회의에서 UAE와 이라크는 이란에 영향을 미칠 안보합의를 거부했다.
사우디 정부는 이스라엘과 관계정상화로 얻을 이익을 알지만 잘못하면 이슬람 국가들 사이에서의 사우디 위상을 해칠 수 있다는 것도 안다. 역풍이 사우디에만 그치지 않고 미국과 이스라엘에도 미칠 것이다. 이스라엘-사우디 관계 정상화의 대가가 클 것임은 바이든이 중동을 방문하기 전부터 충분히 예상된 것이다.
바이든 중동 방문 동안 이스라엘-사우디 관계정상화를 시도하면 대가는 더 커질 수도 있었다. 사우디는 이스라엘 지도자 누구도 사우디가 원하는 팔레스타인국가 독립을 인정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사우디는 무제한의 무기 공급과 이란을 향한 대공방어망,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방식의 안보보장 등과 함께 사우디 인권상황에 대한 비판 자제 등을 원하지만 이를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는다.
다만 바이든의 사우디 방문으로 이스라엘-사우디의 입장 차이는 좁혀질 수 있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성과”를 언급하면서 사우디와 이스라엘 모두 양보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바이든은 “사우디가 모든 민항기 진입을 허용하기로 했다”면서 이것이 “관계정상화를 위한 첫 조치”라고 말했다.
바이든은 두번 째 성과로 “중동의 화약고를 평화지대로 바꿀 역사적 합의”가 이뤄졌다고 했다. 사우디가 홍해상 티란섬과 사나피르섬에 대한 이스라엘의 안보 우려를 덜어주기로 했다는 것이다.
미-사우디 정상회담은 백악관이 전임 대통령 두 사람이 등한시했던 중동에 대한 관여를 복구하는 것이 기본적 목적이었다. 미 당국자들은 러시아의 이란 지원 증가를 강조하고 사우디와의 합의가 중국이 5G 기술을 토대로 사우디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는 것을 억제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바이든은 에너지 부족과 안보 우려가 커지는 와중에 관계를 강화하는 최선의 외교 노력을 펼 것으로 마음 먹고 중동에 왔지만 역풍까지는 아니라도 걸림돌에 직면했다.
바이든의 미-중동 개입 강화 비전은 사우디가 듣고 싶었던 것이다. 바이든이 옳다면 휘발유가격이 떨어져 국내의 정치적 승리가 될 것이다. 쉽지 않은 관계개선은 이제 막 시작일 뿐이다. 사우디는 후속조치를 기대하고 있다.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를 워싱턴으로 초청하는 일이다.
초청키로 결정한다면 바이든 대통령은 분명 톡톡한 보상을 받으려 할 것이다. 초청이 어렵지만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