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약 3주 만에 다시 중동 지역을 방문한 가운데,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전쟁 발발 이후 네 번째 중동 방문을 준비 중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틀간 휴전을 연장하는 것에 합의했으나, 미국 정부는 추가 연장이 필요하다고 보고 압박에 나선 모양새다.
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번스 CIA 국장은 이날 카타르에 도착했다.
번스 국장은 이스라엘 정보기관인 모사드 수장인 데이비드 바르니아 국장과 카타르 총리와 함께 회담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하마스는 지난 나흘간 이스라엘 인질과 외국인 69명을 석방했고, 휴전 연장에 따라 20명을 추가 석방할 예정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석방된 이들 가운데 미국 시민권자는 애비게일 모 에단(4) 한 명 뿐이다.
휴전기간이 이틀 연장됐지만 추가 석방자 명단에 미국 시민권자가 포함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미국은 8~9명이 가자지구 내에 억류돼 있는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들이 석방되지 않고 전쟁이 재개되면 생환을 장담할 수 없기에 속을 태우고 있다. 이스라엘은 휴전이 끝나면 곧장 군사작전을 재개해 하마스를 끝장내겠다고 외치고 있다.
🇮🇱 Why do you think Israel is not letting the released hostages speak to the press? pic.twitter.com/IsrRqAsaDb
— Censored Men (@CensoredMen) November 26, 2023
조 바이든 대통령을 향한 국내 비판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특히 공화당은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 실패’라는 점을 부각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CNN은 내다봤다. 톰 코튼(공화·아칸소) 상원의원은 지난 26일 폭스뉴스에 “하마스는 바이든 대통령과 미국의 힘을 업신여겨 미국인 석방보다 필리핀인과 태국인 석방을 중요하게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다.
번스 국장이 3주가 채 되기도 전에 다시 카타르로 향하고, 블링컨 장관이 네 번째 중동 방문을 예고한 것은 바이든 행정부 역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의 등을 위해 유럽에 있는 블링컨 장관은 오는 30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서 열리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제28차 당사국총회(COP28) 참석에 앞서 이스라엘과 요르단강 서안을 방문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임무는 추가 인질 석방과 이를 위한 휴전 연장으로 보인다. 특히 번스 국장은 여성과 아이 외에 남성과 군인들도 석방대상이 될 수 있도록 인질 협상 범위를 넓히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이스라엘 내각은 열흘 이상의 휴전은 불가하다는 입장인데, 이와 관련해 타협점을 찾아낼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한편 미국의 뜻대로 휴전이 더 연장되더라도 미국인 인질들이 곧바로 석방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미 CNN은 “안보전문가들은 하마스가 미국인 인질들을 붙잡아두는 것이 잠재적 영향력을 높이는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