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뉴욕주의 자말 바우먼 연방 하원의원이 25일 당 경선 패배 후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김재영 기자 = 미국 11월 총선에 출마할 후보를 결정하는 민주·공화 당별 경선이 여러 주에서 25일 속개된 뒤 한 선거구 개표결과에 미 언론들이 성향 불문하고 대서특필했다.
뉴욕주 연방 하원 27개 선거구 중 제16 선거구의 민주당 경선에서 현역 자말 바우먼 의원이 패배한 사안이다. 435개 전국 하원 선거구 경선이 8월 초 종료를 앞두고 80% 정도 마친 가운데 바우면 의원은 현역으로 경선에 패배한 첫 케이스다.
미국서 불출마를 제외하면 재선 성공으로 의사당에 재입성하는 상하원의 현역 생존율은 90%가 넘어 경선이나 본 총선서 나가떨어지는 현역 의원은 극소수다. 바우먼 의원의 패배에 언론들이 그래서 ‘흥분’한 것은 아니다.
바우먼이 민주당 내 ‘쿼드(4인방)’ 의원 중 한 명이기 때문에 언론이 특필하는 것이다. 쿼드는 집권 민주당 내부에서 민심 이반의 한 요인으로 지목되는 ‘골칫거리’인 초강경 진보주의 성향 의원 그룹을 지칭하는 단어다.
상하원 통틀어 260명이 넘는 민주당 의원 중 쿼드는 본래 4명에서 현재 9명으로 늘어나 있다. 극소수지만 영향력은 무시했다가는 큰코 다칠 수 있어 대통령도 당 지도부도 조심하고 눈치를 본다.
이 9명은 현 가자 전쟁을 일으킨 지난해 10월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침입에 대해 미 연방 상하원이 만장일치로 하마스를 비난할 때 손을 들지 않았던 그룹이다. 이들은 의회 결의안에 이스라엘이 행한 대 팔레스타인 박해가 한 마디도 들어있지 않아서 찬성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바우먼 의원은 이후 이스라엘의 보복 공습이 ‘제노사이드’이라고 비난했으며 의회서 최초로 가자 전쟁의 휴전을 요구했다. 유일한 팔레스타인계 의원으로 쿼드 일원인 라쉬다 틀라이브가 바이든의 친이스라엘 노선을 비판하며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바이든 낙선운동을 펼치자고 나선 것과 비슷한 강도의 반 이스라엘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이 유대계지만 이스라엘 지원 반대에 누구보다 앞장선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보다 분명 몇 발 앞섰다.
당연히 바우먼 현역 의원을 경선서 떨어뜨리기 위해 가공할 저력의 이스라엘 로비단체 ‘미국 이스라엘 공공사안위원회(AIPAC)’가 발벗고 뛰어들었다. 돈 많은 에이팩 등 외부 단체가 뉴욕주 16선거구 경선에 뿌린 돈이 2500만 달러(350억원 )로 바우먼 선거구는 이미 미 역사상 가장 돈이 많이 풀린 하원 선거로 기록되었다.
바우먼의 경선 패배는 미국 정게서 반 이스라엘 색채를 어느 정도로 노출해야 되느냐와 관련되어 주목될 수 있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바우먼 패배가 ‘쿼드’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어떤 신호로 여겨져 언론이 흥분한 것으로 보인다.
바우먼의 패배에 강경 보수의 월스트리트저널은 사설로 이런 기대감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그런데 진보 성향의 뉴욕타임스가 개표 전 한 논설위원의 ‘바우먼은 패해야 한다’는 오피니언 글을 실었다. 흑인 재선의원인 바우먼(48)의 민주당 대 당론 무시 및 선거구 소홀 등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사회민주주의’에 경도되는 민주당 내 강경 진보파에 대한 온건 진보파의 피로감과 경고가 읽혀진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바우먼이 60% 대 40%의 열세로 백인 중도주의 색채의 카운티 행정 총책인 조지 라티머(70)에게 무릎을 끊은 것이다. 선거구 주민인 힐라리 클린턴은 당연히 라티머를 공개 지지했고 샌더스 상원의원은 반대로 지원 연설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