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바브웨 구호활동가 “모든 활동 즉시 중지” 통보 받아
남아공 에이즈 퇴치사업 등 USAID 지원사업 전멸 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미국의 대외 경제 원조를 동결시키는 행정 명령에 서명한 후 4일이 지난 뒤 아프리카 짐바브웨의 시골에 있는 클래릿 마드후쿠의 우편함에는 모든 활동을 중지하라는 내용의 편지가 도착했다.
아프리카 소녀들을 아동 조기 결혼에서 구하기 위한 단체를 운영하고 있는 마드후쿠는 트럼프의 재선으로 자기들의 활동이 지장을 받을 것이라는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었다.
많은 아프리카인들은 트럼프가 주장해 온 “미국 우선주의”의 ‘아메리카 퍼스트'( America First )에서 아프리카는 맨 뒤로 밀리는 ‘아프리카 라스트'(Africa Last)라고 느끼고 있다.
하지만 이들도 세계 최대의 기부 국가인 미국에서 이 처럼 갑작 스럽게 질병 대응이나 교육, 무료 급식 같은 당장의 현실적인 문제들에 대한 광범위한 지원을 하루 아침에 끝낼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관세 문제 등 트럼프의 행정 명령에 세계적인 반발이 일어나면서 일부 국가들은 그 대상에서 면제되기도 했다. 하지만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은 트럼프가 대외 원조를 일체 중단하고 90일 간의 검토에 들어간 뒤 가장 크게 피해를 입게 된 지역이다.
미국은 지난 해에만 해도 이 지역에 65억 달러 (9조 4,848억 원 ) 이상의 인도적 지원금을 제공했다.
마드후쿠가 운영하는 ‘청소년과 지역을 위한 개발 플랫폼’ 을 비롯한 수 백 군데의 아프리카 비정부 기구와 소규모 시민단체들은 그 동안 미국 정부 (결국은 미국 국민들)로 부터 받는 기부금으로 좋은 일을 해왔다.
미국의 원조가 없다면 마드후쿠의 단체도 100명 가까운 자원 봉사자들에게 식품과 공공 교통요금 등 최소의 비용을 지급하기 조차 힘들다. 그렇게 되면 어린 여학생들을 학교에 보내는 일과 아동 조기 결혼에 끌려가는 것을 막는 일도 어려워진다.
마드후쿠는 “우리는 갑작스럽게, 아무 예고도 없이, 적응할 시간도 없이 모든 사업을 멈추게 되었다. 뒤늦게 트럼프가 미국민 납세자의 돈에 대해 생각하게 된 것은 좋은 일인지 모르겠지만, 이 곳의 우리에게는 대 재앙이다”라고 말했다.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이고 훌륭한 아프리카 원조 프로그램인 미국의 ‘대통령의 에이즈 퇴치 비상계획’ (PEPFAR)도 이제는 가장 큰 문제거리로 변했다.
지난 20년 동안 이 사업은 민주 공화 양당의 초당적 지지로 무려 2500만명의 생명을 구하는데 성공했다. 그 대다수는 아프리카인들로, 애당초 이 사업은 아프리카의 환자들을 구하기 위해서 창설되었다.
에이즈( HIV 바이러스) 환가가 가장 많이 살고 있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아론 못소알레디 보건부 장관은 “전세계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며 미국의 원조 동결에 의구심을 표했다.
미국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단일 병명으로 최대의 구호사업 대상인 에이즈(HIV)에 대한 구호 지원금을 PEPFAR를 통해 지원해왔다.
800만 명 이상의 남아공 환자들 가운데 550만 명 이상이 매일 약물 치료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한 국가 예산 연 23억 달러중 20%가 미국의 지원금이었다고 보건부 장관은 말했다.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통보한 대외원조기금 동결과 재검토 안에 당장 HIV 환자들의 생명을 구하는 약품과 의료 지원, 식량과 거주 문제 등의 필수 사업도 포함될 줄은 환자들이나 남아공 정부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유엔 에이즈 프로그램 발표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2000만 명 이상이 PEPFAR를 통해서 HIV치료제 등 의료지원을 받아왔다.
전문가들은 HIV퇴치 운동의 효과는 아직 불확실한 데 비해 이를 단절하는 데 따르는 결과는 빠르고 위험하다며 이 번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항바이러스 치료제로 몸 안의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는 것을 잠깐이라도 멈추게 되면 3주일 이내에 바이러스가 엄청나게 증폭해서 돌이킬 수 없는 상태가 된다는 것이다.
트럼프 정부는 대외원조기관인 유세이드( USAID )직원들에게 자세한 정책 내용을 최고 책임자 동의 없이 누설할 경우 징계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로 인해 재외 원조단체들은 미 정부 지원금을 영원히 잃게 될까봐 공개적으로 항의하지도 못하고 가슴을 앓고 있다.
콩고의 한 구호기관 고위 관리는 AP기자에게 현재 콩고에는 최소 120만 명 이상의 환자들이 미국의 원조가 끊길 경우 생명을 잃게 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리는 세계 30개국 이상의 인도주의적 구호기구나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금이 현재 1억 달러 이상 지급 중단된 상태라고 익명을 요구하면서 밝혔다.
콩고는 지난 해 앰폭스 발생과 대 유행으로 세계보건위기가 선포된 지역인데다 내전으로 난민들이 수 백만 명 발생해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내전을 겪고 있는 수단의 ‘콜레라와의 전쟁’도 원조가 끊기면 60만 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다.
그나마 미국 원조금의 단절을 통보받지 않은 나라들도 앞으로 USAID원조기금에 의한 모든 활동은 별도의 통지가 있을 때까지 완전 중단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AP통신은 빌게이츠 재단으로부터 세계보건위기와 아프리카 지역의 상황에 대한 보도의 비용을 지원 받고 있다. 따라서 아프리카 지역의 이런 보도는 순전히 AP통신의 단독 책임이다. 이 지역의 지원사업 기준과 자선사업, 지원자와 기부 명단 등은 AP전용 웹사이트(AP.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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