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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기 집권 첫 달은 파격과 불확실성의 연속이었다. 각국의 예상을 넘어선 ‘초강경 미국 우선주의’의 여파가 전 세계를 뒤흔들었다.
동맹도 예외 없는 무차별 관세폭탄…극대화한 ‘협상 카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첫 달 세계 언론의 헤드라인을 가장 많이 장식한 단어는 관세다. 대선 기간 관세를 아름다운 단어라고 치켜세운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본격적으로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표 관세를 꺼내들었다.
가장 가까운 나라가 첫 표적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자국과 국경을 맞댄 멕시코와 캐나다를 상대로 25%의 수입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표 관세 폭탄의 신호탄이었다.
막판 협상을 통해 시행을 한 달 유예하기는 했지만, 그의 관세 조준점이 적성국도 아닌 우호국에 먼저 맞춰진 점은 세계에 적잖은 충격을 줬다. 널리 예상됐던 대중국 관세보다도 더 큰 여파를 남겼다는 평가다.
전 세계를 향한 무차별 관세 폭탄은 앞으로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내달 12일부터 시행 예정인 철강·알루미늄 관세에 이어 국가별 상호 관세, 자동차 관세 등이 줄줄이 시행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한국 역시 트럼프표 관세의 십자선에 있다. 특히 그는 부가가치세(VAT) 제도를 시행하는 국가를 관세 국가와 유사하게 취급하겠다고 했다. 한국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었지만 VAT 제도가 있는 국가다.
‘美가 가자 장악’ 파격적 가자 구상…판 흔들어 이익 ‘추수’
우크라이나 전쟁, 가자 전쟁 등 주요 글로벌 현안에서도 파격 행보는 이어졌다. 특히 현재 휴전 중인 가자 전쟁과 관련해 뜬금없이 “미국이 가자를 장악할 것(take over)”이라는 발언을 해 세계를 경악시켰다.
가자 주민의 대규모 이주와 지구 내 개발을 골자로 한 그의 구상은 역사적으로 미국이 중동 정책으로 추구해 온 ‘두 국가 해법’과는 상충한다. 트럼프 1기 시절의 불개입주의 원칙과도 전혀 다른 행보다.
예상을 훌쩍 벗어난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 구상을 외신은 중국 병법서 삼십육계 중 타초경사(打草驚蛇·수풀을 휘저어 뱀을 놀라게 한다)에 비유했다. 판을 대거 흔든 뒤 이익을 추수하듯 거둬들인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미 이번이 2기 집권인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 국제 분쟁을 조기 해결함으로써 레임덕 전 업적 쌓기를 노린다는 분석도 나왔다.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한 행보라는 해석이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주장하며 러시아와도 협상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정작 침공 피해국인 우크라이나, 전쟁에 안보가 직결된 유럽 국가는 배제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세계가 경악한 영토 야욕…강경 우클릭 정책에 美서 반발 시위도
이처럼 세계를 놀라게 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행보 정점은 그가 드러낸 영토 야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그린란드 매입과 파나마 운하 통제권 반환을 공개 주장했다.
나아가 이웃국인 캐나다는 미국의 51번째 주로 칭했다. 이 과정에서 주지사라는 조롱을 당한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퇴임 수순을 밟게 됐다. 타국의 영토와 주권은 ‘트럼프의 입’ 앞에서는 별 의미가 없었다.
노골적으로 드러난 트럼프 대통령의 영토 야욕에 관련국에서는 반미 정서도 분출한다. 캐나다에서는 자국 국기 판매량이 늘고, 미국 물품을 캐나다 물품으로 대체하자는 캠페인도 진행되고 있다.
반(反)트럼프 정서는 미국 내에서도 표출된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대통령의 날인 17일 미국 수도 워싱턴에서는 공무원 삭감, 다양성(DEI) 정책 폐지 등 강경 우클릭 정책에 반발하는 수천 명 규모의 규탄 시위가 열렸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폭정을 일삼는 왕에 비유하며 “물러서지 않겠다”라고 외쳤다. 그러나 자국과 외국을 망라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거침없는 파격 행보에 당분간 제동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