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부과한 이른바 ‘상호 관세’가 정식 발효됐다.
미국 행정부가 57개국에 부과한 상호 관세는 미국 동부 시간 9일 오전 0시1분, 한국 시간 오후 1시1분을 기해 효력이 생겼다. 이 시점부터 미국 행정부가 특정한 57개국에서 들어오는 수입품에는 11~50% 추가 관세가 부과된다. 국가별 주요 세율은 한국 25%, 일본 24%, 유럽연합(EU) 20% 등이다.
중국의 경우 당초 트럼프 행정부가 책정한 상호관세율은 34%였다. 그러나 중국이 동률의 관세 및 희토류 수출 통제 등으로 맞서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50% 추가 관세를 단행했다.
이로써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중국에 매겨진 추가 관세는 10%씩 두 차례 20%에 기존 상호관세 37%, 추가 50%, 도합 총 104%에 이른다.
그 외 중국의 우회 수출국이자 미국 다국적 의류 기업의 주요 생산 거점인 베트남(46%), 캄보디아(49%), 방글라데시(37%) 등 아시아 국가에 높은 세율이 부과됐다.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목표는 일견 명확해 보인다. 그간 미국의 무역 적자를 해소하고 자국을 상대로 한 각국의 불공정 관행을 고쳐 놓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전국공화당하원위원회(NRCC) 연설에서 “많은 국가가 좌우에서 우리를 갈취했다”라며 “이제는 우리가 갈취할 차례”라고 공언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더 강한 자국 우선주의를 표방한 트럼프 대통령이 강성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지지자 표심 단속과 조기 레임덕 방지를 위해 국내정치적으로 관세 의제를 끌고 가리라는 분석도 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향후 감세를 위한 세수 확보 차원으로 종종 언급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자신이 기대하는 소정의 목표 액수를 달성하기 전까지 관세를 해제하지 않으리라는 분석도 곳곳에서 나온다.
물론 협상의 문은 열려 있다.
미국 통상 수장인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날 “호혜주의를 달성하고 우리 무역 적자를 해소할 더 나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대화를 원한다”라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현재까지 전 세계 50곳 이상의 국가가 미국에 협상을 요청했다. 국가별로 협상 진행 속도는 다를 것으로 보이며, 관세 외 쿼터제 등 비관세 장벽도 협상 요소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당장 시행된 관세를 협상을 통해 실제 얼마나 빨리 완화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우리는 관세로 큰돈을 벌고 있다”라며 “하루에 20억 달러(약 2조9598억 원)”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각국이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 “제발, 제발 저와 거래를 해주세요. 무엇이든 할 거예요” 식으로 애걸한다며 “나는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라고 타국과의 협상에 관해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무역 전쟁 이차전으로 번진 중국과의 관세 갈등 해결은 더욱 요원해 보인다. 일단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무역 합의가 이뤄지기 전까지 총 104%의 추가 관세를 거두지 않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힌 상황이다.
중국도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관영 신화통신 운영 소셜미디어(SNS) 계정 뉴탄친은 전날 “구체적인 대미국 관세 반격 조치에 대한 몇 가지 최신 정보를 얻었다”며 미국 영화 수입 금지와 펜타닐 관련 협력 중단 등 6개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한편 한국에서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상호관세 부과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간밤 통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 이후 한국과의 합의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내면서도 한국의 ‘군사 비용’을 언급했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가 향후 한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부가가치세 등 비관세 장벽 외에 주한미군 방위비 문제를 본격적으로 꺼내 들 가능성이 점쳐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무역과 관세에 포함되지 않은 다른 주제들도 함께 꺼내 협상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