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정부가 합법적으로 임시 입국 허가를 받은 이민자 사회보장번호를 무효화함으로써 은행계좌 개설 및 신용카드 발급과 정부 복지 혜택 접근을 차단하려 한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0일 보도했다.
NYT는 또 이를 위해 살아 있는 이민자들의 이름을 사회보장국 사망자 명단에 올리는 충격적 방법이 동원되고 있다고 폭로했다.
사망자 명단에 등재되면 사회보장번호가 기재돼 신분증 역할을 하는 증서 발급이 중단되고 경제활동에 큰 제약을 받는다.
NYT는 특히 유죄 판결을 받은 범죄자 또는 테러 용의자로 추정되는 사람들만 사망자 명단에 등재하던 것이 불법 체류자 전체로 확대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사회보장국이 보유한 개인 정보는 엄격하게 보호되어 왔다.
NYT는 사회보장국 사망자 명단에 이민자 명단을 등재하는 방식으로 인해 미국 시민까지도 잘못 명단에 등재되면 심각한 피해를 야기할 우려가 크다고 강조했다.
새 방법을 주도한 것은 일론 머스크의 정부효율화부(DOGE)다.
머스크는 서류미비 이민자들이 사기를 저질러 사회보장국이 사망자들에게 수십억 달러를 지불하고 있다는 근거 없는 음모론을 퍼뜨려 왔고 트럼프도 적극 동조해왔다.
동시에 머스크의 팀은 사회보장국 예산 감축을 시도해 수혜자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인력 감축으로 인해 현장 사무소 활동이 제한되면서 복지 서비스 이용이 어려워졌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민자들이 불법적으로 국경을 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임시 입국을 허용했다. 이들은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게 됐으며 사회보장번호를 받아 연방 복지 혜택도 받는 경우도 있었다.

바이든 정부 시절, 쿠바, 니카라과, 베네수엘라, 아이티에서 미국내 재정 후원자가 있고 신원조회를 통과한 경우 항공편으로 입국이 허용된 사람이 50만 명에 달한다. 또 국경이나 항구에서 대기하면서 스마트폰 앱으로 입국하면서 체류 및 취업 허가를 받은 사람도 90만 명에 달한다. 트럼프 정부는 두 프로그램 모두를 중단했다.
지난 8일 DOGE 소속 엔지니어가 사회보장국에 사망자 명단에 추가할 명단을 처음 보냈다.
국토안보부가 임시 합법적 지위를 가진 것으로 확인한 이민자 6300여명을 ‘테러리스트 감시 목록’ 또는 ‘FBI 범죄 기록’이 있는 것으로 표시한 명단이다.
목록에는 13세 어린이와 다른 7명의 미성년자도 포함돼 있어 사회보장국 내부에서 우려가 제기됐다.
백악관은 이들 중 1000명 가까이가 의료보장, 실업 보험, 연방 학자금 대출 등 1인 평균 600 달러의 혜택을 받았다고 밝혔다.
사회보장국은 명단에 등재된 사람들에게 가상의 사망 날짜를 부여하는 방법으로 사망자 명단에 올렸다.
이를 두고 바이든 정부 시절 사회보장국장이던 마틴 오말리는 “재정적 살인”이라며 비인도적 행위라고 비난했다.
사회보장국은 주 보건 기록, 장례식장, 사망 신고 기록 등을 수집해 사망자 명단을 작성하며 매년 약 300만 건의 새로운 사망 보고가 추가된다. 부당한 사회보장 지원을 막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사회보장국은 이 정보를 다른 연방기관들에도 제공하며 상무부가 이 명단을 금융기관에도 판매한다.
이에 따라 살아있는데도 잘못 명단에 오른 사람들은 집이 압류되거나 은행 계좌가 취소되는 등 큰 피해를 입는 사례들이 종종 있다. 이들이 사망자 명단 등재를 취소하려면 직접 현장 사무소를 찾아가 신분을 증명해야 하는데 통상 몇 달 이상 걸린다.
<박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