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가 해외 유학생들에 대한 대규모 비자 취소 조치를 진행하고 있어 유학생 커뮤니티에 불안과 공포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음주운전이나 단순 교통위반, 그리고 정치적 시위 참여 등으로 인해 수백 명의 유학생들이 예고 없이 학생비자를 박탈당하고 있으며, UCLA를 비롯한 명문대 재학생들까지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연방 이민 당국과 국무부는 최근 몇 주 동안 학생비자(F-1) 및 교환연수비자(J-1)를 소지한 유학생 300여 명의 비자를 취소했다.
또, Inside Higher Ed에 따르면 전국 100개 이상 대학에서 600건 이상의 신분취소 또는 변경 사례가 확인되고 있다. 국토안보부 산하 유학생 관리 시스템(SEVIS)을 통해 사전 경고 없이 신분 취소 통지서가 발부되고 있으며, 일부 학생들에게는 CBP(세관국경보호국)의 출국일 등록 링크가 포함된 비자 취소 통보까지 전달되고 있다.
이번 조치는 과거 어느 정부보다도 범위가 넓고, 절차가 강경하다. 오바마 및 바이든 행정부 시절에도 중범죄자에 한해 신분이 취소되었으나, 트럼프 행정부는 단순 체포나 기소 이력만으로도 “신분 유지 의지가 없다”고 간주해 비자를 취소해왔다.
이번에는 그보다 더 급진적인 방식으로, 음주운전(DUI), 속도위반 등 경미한 비형사 위반행위, 또는 친팔레스타인 시위 참여 이력 등을 이유로 사전 통지 없이 비자가 취소되고 있다.
실제로 이번에 신분이 취소된 학생들 가운데에는 다음과 같은 사례가 포함돼 있다:
속도위반으로 4건의 교통딱지(citation)를 받고 교통학교를 수료한 후 벌금을 완납한 경우
2년 전 음주운전으로 보호관찰을 받고 사건을 마무리한 경우
부부싸움으로 경찰에 체포됐지만 기소되지 않고 사건이 기각된 경우
범죄기록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신분 취소 통보를 받은 경우
KNEWSLA 확인 결과, UCLA 재학생 중 최소 12명이 최근 이민당국으로부터 비자 취소 통보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대부분 범죄 혐의와 무관한 사례였으며, 비자 취소 사유에 대한 설명도 제대로 전달 받지 못한 채 당혹감과 공포 속에 대응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국무부가 최근 운영을 시작한 ‘Catch and Revoke(적발 후 즉시 취소)’ 프로그램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유학생의 온라인 활동, 특히 소셜미디어 게시물까지 분석하고 있다. ‘하마스 등 테러조직을 지지하는 것으로 보이는 외국인’이라는 AI 분석 결과가 나오면 별도의 법적 절차 없이 비자가 곧바로 무효 처리되는 구조다.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지난달 남미 가이아나를 방문 중 “하루에도 수십 명씩 이런 자들을 찾아내고 있다”며 시위 참여 유학생들을 “미친놈들”이라 언급해 파문을 일으켰다.
한편 플로리다대학 소속 콜롬비아 국적 학생 펠리페 사파타 벨라스케스(27)는 단순 교통위반으로 체포된 뒤 ICE에 넘겨져 추방됐으며, 민주당 맥스웰 프로스트 하원의원은 이를 “사실상 납치 행위”라고 규탄했다.
이 밖에도 컬럼비아대 졸업생 마흐무드 칼릴, 터프츠대 학생 루메이사 외즈튀르크 등은 친팔레스타인 입장을 표현했다는 이유로 체포돼 현재 ICE 구금 중이다.
Inside Higher Ed와 가디언에 따르면, 다수의 학생들과 학교 관계자들은 정확한 비자 취소 사유를 전달받지 못하고 있으며, 현재까지도 이민당국이나 국무부로부터 공식 통보를 받지 못한 채 혼란에 빠져 있다. 일부 학생들은 경찰 딱지나 비범죄적 교통위반이 원인이라는 추정만 있을 뿐, 정확한 경위조차 알지 못한 채 출국 압박을 받고 있다.
<김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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