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4일(현지 시간) 총리실을 통해 성명을 내고 이란의 핵 위협과 탄도미사일 위협 제거라는 목적을 달성했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조율을 거쳐 (이란과의) 양자 휴전 제안에 동의한다”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도 “이스라엘 정권이 이란 국민을 상대로 불법적인 공격을 멈춘다면 대응을 계속할 의도가 없다”라고 밝힌 바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휴전 제안을 양측이 사실상 모두 받아들인 것이다.
이로써 지난 13일 이스라엘의 전격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는 표면적으로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지난 21일 벙커버스터를 동원해 이란 핵시설을 공습하며 확전 우려를 키운 트럼프 대통령은 휴전이 “영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美·이란 핵협상 판 흔든 네타냐후…이란 공습 사전 교감 불분명
세간에서는 이번 휴전을 트럼프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의 ‘도박 성공’으로 평가한다.
특히 네타냐후 총리의 경우 기존 미국이 이란 핵시설 공격을 만류했다는 보도까지 나왔음에도 이란 핵시설과 군 수뇌부를 전격 공습했다. 당시 미국과 사전 교감이 얼마나 이뤄진 상황이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중동 맹방으로 꼽히지만, 그간 트럼프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 간 이견은 곳곳에서 노출됐다. 특히 가자 내 미국인 인질 석방 과정에서 미국은 이스라엘을 ‘패싱’하며 하마스와 직접 협상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미국·이란 핵협상도 이스라엘에는 눈엣가시였다. 이스라엘은 2015년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역시 이란의 우라늄 농축을 허용하는 나쁜 합의로 규정해 왔으며, 이번 행정부에서 유사한 합의가 체결될 것을 우려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순방지로 중동을 택하면서도 이스라엘에는 들르지 않았다. 이스라엘로서는 위기감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자잘한 갈등이 누적되던 와중에 지난 13일 이란을 전격 공습한 것이다.
이번 공습으로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시설에 막대한 타격을 입혔으며, 이란 핵 프로그램의 핵심인 고위급 과학자들과 이란군 참모총장, 핵심 전력인 이란혁명수비대(IRGC) 총사령관 등 군 수뇌부를 상당수 제거했다고 밝혔다.
나아가 그간 진행된 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 판까지 뒤흔들었다. 이스라엘이 전격 공습을 감행한 13일은 미국과 이란 간 6차 핵협상을 불과 며칠 앞둔 시점이었다. 공습의 여파로 협상은 무산됐고 이란은 미국의 묵인을 의심했다.

‘벙커버스터’ 거대 판돈 건 트럼프…’힘을 통한 평화’ 역량 과시
트럼프 대통령의 판돈은 훨씬 컸다. 그는 지난 21일 자국 초대형 벙커버스터 폭탄 GBU-57을 동원해 ‘난공불락의 요새’ 포르도를 포함한 이란 주요 핵시설을 직접 타격했다. 1979년 이란 왕정 붕괴 이후 미국의 첫 이란 본토 타격이다.
이번 공습의 위험부담은 상당했다. 당장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지지층을 상대로 내세운 ‘미국 우선주의’, ‘불개입 원칙’ 기조를 완전히 뒤집는 행보이자 자칫 미국을 새로운 중동 전쟁에 휘말리게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란의 대응은 제한적이었다. 이란은 미국의 공습 이틀 뒤인 23일 카타르와 이라크 소재 미군 기지에 미사일을 발사하며 보복에 나섰지만, 공격을 사전 통보함으로써 사실상 체면 지키기용 ‘약속 대련’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트루스소셜을 통해 “사전 통보로 생명을 잃지 않을 수 있게 해준 이란에 감사한다”라고 밝혔다. 이란의 대응 여력을 미리 파악하고 사태가 더는 확산하지 않으리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란에 직접 폭탄을 투하하고도 미국인 인명 손실 없이 사태를 마무리함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우크라이나·가자 휴전 중재 과정에서 보여준 무능의 이미지를 벗고 국제 현안의 해결사 입지를 구축할 수 있게 됐다.
대외적으로 ‘힘을 통한 평화’ 구축 역량도 과시하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위대한 B-2 조종사들의 재능과 용기가 없었다면 오늘의 합의는 이뤄낼 수 없었을 것”이라며 자국의 공습이 ‘퍼펙트 힛(perfect hit)’이었다고 규정했다.
물론 아직 불확실성은 남아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번 휴전의 수혜자라면, 이란은 일련의 공습과 사태 마무리 과정에서 크게 체면을 구겼다. 이에 이란이 단기적으로는 긴장 완화에 협조하더라도 향후 장기적으로 항전 태세를 갖출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와 관련, 미국의 포르도 등 공습 이후 “이란은 천천히 재건할 수 있고, 살아남은 핵 과학자들이 그들 기술을 은닉할 수 있다”라며 이란이 “북한이 밝혔던 길을 따라갈 수 있다”라고 경고한 바 있다.
실제 이번 분쟁 과정에서 이란 의회 내에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고려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현재까지 NPT에 가입했다가 탈퇴한 곳은 북한이 유일한데, 이란이 그 뒤를 따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과 이란 간 휴전 지속도 확언할 수는 없다. BBC에 따르면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날 이란이 휴전을 위반했다며 “강력한 대응”을 예고했다. 이스라엘 총리실이 휴전 동의 사실을 밝힌 시점 이후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을 통해 “휴전은 발효됐다”라며 “제발 이를 위반하지 말라”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