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다음 달부터 불가리아와 헝가리, 슬로바키아 등 동유럽에 주둔 중인 미군 병력을 소폭 감축할 계획을 동맹국들에게 ‘조용히’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루마니아에서 순환 배치 중인 미군 여단 철수 계획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소식통들은 “그 조정은 단지 시작일 뿐”이라고 키이우포스트에 말했다.
소식통들은 루마니아 주둔 병력 감축은 ‘1단계’에 불과하며 불가리아·헝가리·슬로바키아에서도 12월 중순부터 추가 감축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미 국방부는 이 조치가 “유럽 육군 전력 향상에 따른 제한적 재조정”이라며 계획된 감축 규모도 “미미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또 동맹국들의 불안을 달래기 위해 폴란드와 발트 3국 주둔 병력은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소식통은 “현재 순환 배치가 종료되면 내년에 추가 조정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받았다고 말했다.
미 정치권에서도 여야 할 것 없이 비판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를 대담하게 만들고 동맹의 단결의 훼손할 것이란 지적이다.
이날 나토 의회 총회에 파견된 미 대표단장인 공화당 마이크 터너 하원의원은 “루마니아 병력 감축 소식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면서 “전선의 동맹국 지원은 단순한 안심 차원이 아닌 미국 안보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동유럽에 대한 러시아의 의도적인 영공 침범은 우크라이나를 넘어선 러시아의 야망을 강조한다”고 경고했다.
미 상원 외교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진 샤힌 상원의원은 “이번 결정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완전히 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심각한 실수”라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략을 압박하고 동맹의 지위 능력을 강화해야 할 시점에 오히려 이를 약화시킨다”고 직격했다.
미 국무부 차관보 출신이자 미국의 동유럽 정책 설계자 중 한 명인 외교관 대니얼 프리드는 키이우포스트 인터뷰에서 “이번 결정은 전략적 판단이 아닌 관료주읭적 타협의 결과”라고 비판했다. 그는 “트럼프 정부 내에는 ‘중국 우선’을 주장하는 세력과 ‘북미 방어 우선’ 세력, 전통적인 대러 강경파가 공존한다”며 “이번 조정은 그들의 절충 결과”라고 했다.
이어 “이번 감축이 유럽 방위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겠지만 상징적 의미는 매우 부정적”이라며 “푸틴에게 미국의 동유럽 방어 의지가 약하다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도 “이번 결정은 대규모 철군을 요구한 세력에 대한 부분적인 양보이자 상징적인 조치”라고 평가하고 “좋은 조치는 아니지만 재앙적인 상황은 아니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