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만에서 207년 전 폭풍으로 침몰한 고래잡이배 잔해가 발견됐다고 24일 영국 매체 미러가 보도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최근 선박 발굴 작업 중 멕시코만 수심 1828m 깊이에서 약 20m 크기의 포경선 잔해를 발견했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매사추세츠주에서 1815년 제작된 이 선박은 약 20년 동안 대서양, 카리브해 그리고 멕시코만 등에서 향유고래를 사냥하는 데 사용됐으며, 1836년 5월25일 거센 폭풍에 돛대가 부러져 가라앉았다.
NOAA는 “이 선박이 ‘아프리카 노예와 아메리카 원주민’ 후손들이 참여한 고래잡이 사업에 대해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의 한 부분”이라고 전했다.
특히 NOAA는 “선박의 선원 명단은 침몰 당시 배와 함께 바닷속으로 가라앉았지만, 이전 항해 선원 명단을 통해 아메리카 원주민, 흑인, 백인, 유색인종 등의 선원이 침몰한 선박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미러는 이 선박이 아프리카 식민지에서 해방된 흑인을 정착시키는 데 큰 공로를 세운 폴 쿠페와 깊은 관련이 있다고 보도했다.
흑인 역사상 가장 많은 고래잡이 항해를 한 것으로 알려진 폴 쿠페는 10대 시절 포경 산업에 뛰어들어 선박 건설업자, 상인, 자선사업가, 공립 학교 창립자 등으로 이름을 알렸다.
쿠페의 아버지는 해방된 흑인 노예였고, 어머니는 아메리카 인디언이었다. 또 아들 윌리엄은 포경 선박 항해사였고 사위인 쿡은 선박 장교였다.
이에 대해 미러는 “당시 널리 퍼져있던 노예 제도와 흑인·원주민에 대한 차별을 고려할 때, 이들이 고래잡이 산업이 큰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은 역사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릭 스파인러드 NOAA 행정관은 “이 선박은 1800년대 초반 미국 포경 산업에서 유생 인종이 선장과 선원으로 어떻게 성공했는지에 대한 스토리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했다.
이어 “흑인과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차별과 부당함에 직면하면서도 해양 경제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보여준다”며 “해양 역사를 밝혀내고 기록하는 데 중요한 사례가 될 것”이라고 했다.
돈 그레이브스 미국 상무부 장관도 “이번 선박의 발견은 미국 역사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19세기 포경선에서 일하던 흑인·아프리카 원주민 선원의 삶과 그들이 바다에서 직면한 어려움에 대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