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현지 시간) 영국 서머싯주(州) 웨스트홀츠 공연장에서 열린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에 출연한 그룹 ‘밥 빌런’의 보컬 바비 빌런은 공연 도중 “자유로운, 자유로운 팔레스타인”, “IDF(이스라엘방위군)에 죽음을(Death to IDF)” 등을 외쳤다. 이 장면은 BBC로 생중계됐다.
이에 스타머 총리는 직접 성명을 내고 “끔찍한 증오 표현”이라며 “BBC는 이런 장면들이 어떻게 방송되게 됐는지 설명해야 한다”고 했다.
스타머 총리는 또 지난해 공연에서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 깃발을 들었다가 테러 혐의로 기소됐던 리암 오그 오 한나이드가 소속된 힙합 그룹 ‘니캡(Kneecap)’의 공연이 BBC에서 방송된 점도 비판했다. 니캡은 2023년 콘서트에서 보수당 의원들을 살해하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스타머 총리는 “이런 종류의 끔찍한 증오표현에 변명은 있을 수 없다”며 “저는 니캡에게 무대를 내줘서는 안 된다고 말했고, 이는 위협을 가하거나 폭력을 부추기는 다른 공연자들에게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리사 낸디 문화부 장관은 팀 데이비 BBC 사장에게 전화해 생중계 심의 과정을 설명할 것을 요구했고, 웨스 스트리팅 보건사회부 장관은 “그 축제의 아이러니는 이스라엘인들도 음악 축제에서 끌려나와 살해당하고 강간당했으며, 아직도 포로로 잡혀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BBC는 생방송 중 발생한 상황을 막기 어려웠으며, 방송사 차원에서 취할 수 있는 조치를 취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BBC는 대변인 입장문을 통해 “밥 빌런의 공연 중 나온 일부 발언은 매우 모욕적이었다”며 “생중계 도중 ‘매우 강경하고 차별적인 언어가 나온다’는 경고를 화면에 띄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공연을 온디맨드 영상(Video on-demand·VOD)로 제공할 계획은 없다”고 강조했다.
더타임스는 “부끄러움을 느낀다”는 복수의 익명 BBC 관계자 입장을 전했다.
더타임스에 따르면 지난 24일 공지된 BBC 내 새로운 지침에는 ‘혐오표현이 담긴 자료는 맥락에 따라 정당화되지 않는 한 보도에 포함돼서는 안 된다’는 규정이 있음에도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BBC 관계자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생방송을) 끊는 데는 1초도 안 걸리는데 그는 20분 넘게 방송을 계속할 수 있었다”고 했다.
주(駐)영국 이스라엘대사관은 “선동적이고 증오적인 수사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다만 스트리팅 보건장관은 이에 대해 “자국민이 팔레스타인인들에 가하는 폭력을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라”며 이스라엘의 자성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