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부터 남미, 아프리카 등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젊은 층의 반정부 시위, 이른바 ‘젠지 혁명’의 시위대가 일본 인기 만화 ‘원피스(One Piece)’의 해적기를 상징으로 사용하며 주목을 받고 있다.
10일 독일 매체 DW에 따르면 원피스의 상징인 ‘해골에 밀짚모자’ 깃발이 최근 세계 곳곳의 Z세대 주도 시위에서 저항의 상징으로 사용되고 있다.
해당 깃발은 만화 속 ‘스트로햇(밀짚모자) 해적단’의 기함으로, 자유와 우정, 부패한 권력에 대한 저항을 상징한다.
만화 주인공 루피가 권력에 맞서 자유를 찾아 나서는 서사가, 부패한 기성 권력에 저항하는 Z세대들의 새로운 상징으로 변모했다.
이 해적기는 지난 7월 인도네시아의 독립기념일을 앞두고 일부 시민들이 정부 정책과 부패에 대한 불만을 표하기 위해 처음 저항의 상징으로 사용됐다.
정부는 독립 80주년을 맞아 국기 게양을 촉구했지만, 수도를 비롯한 곳곳에는 국기 대신 밀짚모자를 쓴 해골이 그려진 해적 깃발이 내걸렸다.
이후 소셜미디어(SNS)통제로 시작된 네팔의 대규모 반부패 시위에서 시위대가 국회 건물에 원피스 깃발을 내걸면서 이 상징이 전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네팔 시위는 소셜미디어 금지 해제와 총리 사퇴를 이끌어냈고, 이러한 성공 사례는 필리핀, 세르비아, 마다가스카르 등 다양한 국가의 젊은 층에 영향을 줬다.
이후 이 깃발은 마다가스카르 시위대 SNS 계정의 공식 로고로 활용되는 등 혁명을 대표하게 됐다.
사회운동가 버질러스 슬램은 DW에 “(원피스 주인공) 루피는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친구들과 심지어 적들까지도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고 싶어 하는 젊은이”라며 원피스가 젊은 시위대에게 인기를 끄는 이유를 분석했다.
오클라호마 주립대 교수 누리안티 잘리는 미국 매체 더컨버세이션에 “이 해적기는 대중문화에서 유래했기 때문에 정부가 억압하기 어렵다”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한편 ‘원피스’는 부패한 권력과 불합리한 시스템에 맞서 자유를 쟁취하고 불의를 타파하려는 해적단의 이야기를 담은 일본의 만화 시리즈다.
1997년 첫 연재 이후 현재까지 5억부 이상 판매됐고 TV시리즈와 영화까지 제작되며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만화라는 평가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