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요청으로 체포돼 3년 가까이 캐나다에 구금됐던 중국 거대 통신업체 화웨이의 멍완저우(孟晩舟) 부회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석방돼 귀국길에 올랐다.
24일(현지시간) AP통신, BBC 등에 따르면 미 법무부와 멍완저우 측은 이날 멍완저우의 기소유예에 합의했다.
이날 뉴욕 브루클린 연방법원에서 공개된 합의 내용에는 미 법무부가 2022년 12월까지 멍완저우에 대한 기소를 연기하고, 특정 조건들을 이행할 경우 2022년 12월 사건을 기각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멍완저우는 법정에 화상으로 출석해 무죄 탄원서를 제출하되, 검찰이 주장한 몇 가지 사실은 시인했다. 멍완저우는 합의 일환으로 HSBC에 고의로 허위 진술을 했다는 점을 인정하는 ‘사실 진술’에 동의했다.
이번 합의로 멍완저우가 공식적으론 유죄를 부인하되, 동시에 미국이 제기한 혐의도 인정하는 형식이 됐다.
멍완저우는 이날 석방 즉시 화웨이 본사가 위치한 중국 선전으로 출국했다. 멍완저우는 밴쿠버 국제공항에서 “조국과 국민께 감사드린다. 저의 가장 큰 버팀목이었다”고 감사를 전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멍완저우 석방과 동시에 중국에 억류됐던 자국민 2명도 풀려나 출국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캐나다가 멍완저우를 체포한 직후 중국에서 붙잡혔었다.
이번 석방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이 ‘신냉전’을 경계하며 긴장 완화를 암시한 가운데 진행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유엔총회 연설에서 “신냉전을 시작할 의사가 없다”고 말했으며, 시 주석도 “대화와 협력을 통해 분쟁을 처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미 법무부는 이번 합의는 멍완저우 개인에 국한되는 것일 뿐, 화웨이에 대한 재판은 여전히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화웨이에 대한 재판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멍완저우가 HSBC은행에 스카이콤이라는 기업과 화웨이 간 관계를 속여 미국의 대이란 제재를 위반하게 했다며 2018년 12월 캐나다에 멍완저우 체포를 요청했다.
멍완저우는 세계 최대 통신장비 제조업체 화웨이 창립자 런정페이(任正非)의 장녀로, 9년 동안 중국군에서 복무한 중국 공산당 당원이다.
화웨이는 중국 당국이 자사 장비를 스파이 활동에 사용할 수 있게 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으며, 미국은 2019년 화웨이를 제재하고 수출 블랙리스트에 올려 핵심 기술에서 배제했다.
영국, 스웨덴, 호주, 일본도 화웨이를 금지했고, 프랑스와 인도를 포함한 다른 나라들은 전면 금지는 아니지만 화웨이에 대한 규제를 채택했다.
중국은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성명을 통해 “미국 정부는 2년 6개월 이상 억류 끝에 캐나다 시민 2명을 석방하기로 한 중국의 결정을 환영한다”며 “그들이 캐나다로 돌아가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