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카불 국제공항에 미국 외교관들과 그 가족들, 아프간 협력자들을 탈출시키기 위한 비밀 문이 존재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6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8월 수천명의 사람들이 아프간을 탈출하기 위해 카불 공항 정문으로 몰려드는 동안 미 중앙정보국(CIA)은 공항에서 북쪽으로 약 3.2㎞ 떨어진 곳에 비밀 문을 만들었다.
‘영광의 문( Glory Gate)’ ‘자유의 문 Liberty Gate)’이라는 암호명으로 불렸던 이 문은 아프간을 장악한 탈레반도 그 존재를 몰랐을 정도로 철저하게 비밀리에 운영됐다.
이 문은 카불공항 주유소 맞은 편에 위치해 있었다. CIA 요원들과 특수부대 델타포스에 의해 운영됐고 ’02’라는 CIA가 훈련한 아프간 준군사조직이 이 비밀 문을 지켰다고 한다. ’02’ 대원들은 아프간 철수 시한 막판에 남아 있던 미국인들과 아프간을 탈출했다.
전 CIA 요원은 WSJ에 “주유소는 우리 요원들이 아프간을 탈출하려는 아프간 협력자들을 데러러 가는 장소였다”라고 말했다.
이 비밀 문은 당초 정보자산을 관리하고 백악관이 내린 지침을 수집하는 등 CIA 본연의 활동에 주로 활용됐다. 나중에 이곳은 미국 대사관에서 일했던 아프간인들 등 탈레반이 통제하는 공항 검문소를 통과하기 어려웠던 위험에 노출됐던 아프간인들을 돕는 데 사용됐다고 한다.
비밀 문은 모래방벽인 헤스코, 철조망, 방파제 벽으로 둘러싸여 있었다고 한다.
미군에 협조한 아프간인들은 도보나 버스를 타고 비밀 문에 도착한 뒤 몸수색을 받았고 이후 몇 차례 검문소를 통과한 뒤 알바라도라고 불리는 미군 기지로 들어갔다. CIA는 나중에 공항 북쪽 경계에 두번째 비밀문을 구축했다고 한다.
미 국무부는 비밀 문 구축에 관한 CIA의 역할에 대해 언급을 거부했다.
미군이 아프간에서 완전 철수하기 나흘 전인 지난 8월26일 이 문을 통해 탈출에 성공한 압둘이라는 아프간인은 그 과정을 상쇄히 설명했다. 미 대사관 동료들이 자신에게 우선 카불시 외곽의 접선장소에서 ‘404 M 98311 KBL’이라고 적힌 버스를 타라고 했다는 것이다.
압둘은 임신 9개월의 아내 그리고 어린 두 아이와 함께 버스를 타고 간 뒤 CIA가 열어준 비밀 문을 통해 공항 단지 내로 들어갔다고 한다. 비밀의 문을 통과한 뒤에도 여러 번 검문소를 통과해야 했고 4~5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여기에서 압둘 가족은 신원 등록과 생체 등록 정보를 마쳤다. 압둘은 새벽 2시 카불 공항에 내린 C-17 수송기를 타고 다른 600명과 독일을 탈출했다고 설명했다.
8월26일 오후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가 카불 공항 부근에서 미 해병대원들을 상대로 자살 폭탄테러를 감행하면서 공항으로 들어가는 모두 통로가 페쇄됐다. CIA가 만든 이 비밀 문이 유일하게 열려 있던 통로였다. 이 통로를 통해 미국인 시민권자와 영주권과 그리고 아프간 협력자은 탈출을 감행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