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평화상, ‘표현의 자유’ 싸운 필리핀·러시아 언론인
노벨위 “민주주의·표현의 자유 옹호하는 모든 언론인의 대표”
올해 노벨 평화상은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권력에 맞서 싸운 언론인 마리아 레사(필리핀)와 드미트리 무라토프(러시아)가 공동 수상했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8일(현지시간) “민주주의와 영구적 평화의 전제조건인 표현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노력한 공로”로 레사와 무라토프를 올해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노벨위는 “레사와 무라토프는 필리핀과 러시아에서 표현의 자유를 위해 용감하게 싸운 공로로 평화상을 수상했다”며 “이들은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가 갈수록 부정적 여건을 마주하고 있는 세상에서 이런 이상을 옹호하는 모든 언론인의 대표”라고 밝혔다.
◆ 레사, 필리핀 정권 폭로…”두려움 없이 표현의 자유 옹호”
필리핀 출신인 레사는 온라인 탐사보도 매체 래플러의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다.
노벨위는 “그는 표현의 자유를 사용해 모국 필리핀에서의 권력 남용, 폭력 사용, 권위주의 심화를 폭로했다”며 “두려움 없이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스스로의 모습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이어 “래플러는 두테르테 정권의 논쟁적이고 살인적인 마약 퇴치 캠페인을 비판적으로 조명하는 데 집중했다”며 “(먀약퇴치) 캠페인은 사망자가 매우 많아 자국민을 상대로 한 전쟁과도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2016년 취임한 이후 필리핀 내 부패와 마약, 범죄를 근절하겠다며 무차별적인 단속을 벌여 왔다. 이 과정에서 사법 절차를 무시한 체포와 사살로 인권 침해 비판을 받고 있다.
노벨위는 “레사와 래플러는 소셜미디어가 가짜 뉴스 확산과 반대파 괴롭히기, 공개담론 조작에 어떻게 사용되는지에 관해서도 기록했다”고 강조했다.
◆무라토프, 러시아 권력 비판…”살인·위협에도 독립성 지켜”
무라토프는 러시아 언론인으로 1993년 독립매체 노바자 가제타를 공동 창립해 편집장을 지내고 있다.
노벨위는 “그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여건에서도 수십년간 러시아 내 표현의 자유를 지켜 왔다”며 “노바자 가제타는 오늘날 러시아에서 가장 독립적인 신문으로 권력에 대해 근본적으로 비판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신문은 사실 기반 저널리즘과 직무적 진정성으로 다른 언론에서 거의 언급되지 않는 러시아 사회의 비난받을 만한 측면에 대한 중요한 정보 출처가 됐다”고 강조했다.
노벨위는 노바자 가제타가 러시아의 부패, 경찰 폭력, 불법 체포, 선거 사기 등 다양한 주제를 놓고 비판적 기사를 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문에 대한 위협과 폭력이 이어지면서 언론인 6명이 사망하기도 했다고 했다.
러시아를 장기 집권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막강한 권력을 바탕으로 야권을 탄압하고 언론을 통제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노벨위는 “살인과 위협에도 무라토프 편집장은 신문의 독립정책을 포기하길 거부했다”며 “그는 저널리즘의 전문적이고 윤리적 기준을 준수하는 한 원하는 무엇이든 쓸 수 있다는 언론인의 권리를 일관되게 옹호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