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사상 최초 여성 총리이자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 이후 첫 극우 성향 총리가 탄생했다.
세르조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형제들(FdI) 대표를 총리로 지명하고 정부 구성 권한을 위임했다고 AP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멜로니 총리 지명자는 곧 함께 정부를 이끌 각료들의 명단을 마타렐라 대통령에게 제출할 예정이다. 대통령 승인을 얻은 뒤 취임 선서를 하면 공식 총리에 오른다. 상·하원 신임투표가 끝나면 멜로니 정부는 공식 출범하게 된다.
멜로니 지명자는 지난달 25일 치러진 총선에서 극우 정당인 동맹, 중도 우파 성향의 전진이탈리아 등과 우파 연합을 결성해 상·하원 모두 과반 의석 차지의 압승을 거뒀다. 상원 200석 가운데 115석, 하원 400석 중 237석을 휩쓸었다.
따라서 멜로니 정부에 대한 신임투표는 의회에서 무난하게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탈리아는 의원내각제 국가다. 내각을 구성 권한은 총리에게 있지만, 총리 지명 권한은 대통령에게 있다.
앞서 마타렐라 대통령은 이날 오전 이탈리아 로마의 대통령 관저에서 마테오 살비니 동맹 대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진이탈리아 대표 등 우파 연합 대표단을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우파 연합은 만장일치로 멜로니를 총리로 추대했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우파 연합의 뜻에 따라 멜로니 대표를 총리로 지명했다.
멜로니는 ‘여자 무솔리니’라는 별칭을 가진 유럽 극우의 전형적 이념 지형에 속한 인물이다. ‘강한 이탈리아’를 기치로 내걸어 유권자의 표심을 이끌어 냈다. 선거 과정에서 반(反)이민·난민 정책, 반유럽통합 등을 강조해왔다.
독일·프랑스와 함께 EU를 이끄는 이탈리아에서 극우 정부가 출범하면서 EU는 물론 세계 정치에도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친러시아 인사로 꼽혀온 멜로니의 집권에 따라 향후 EU 차원의 대(對) 러시아 제재에 균열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977년 로마 태생인 멜로니는 15살이던 1992년 무솔리니 지지자가 결성한 이탈리아사회운동(MSI)에서 정치를 시작했다. 부패한 기득권층을 비판하며 두각을 나타내 MSI의 뒤를 이은 극우 민족동맹 청년부의 전국 지도자가 됐고 2006년 이탈리아 하원의원에 선출됐다.
2008년에는 31살의 나이로 베를루스코니 정부에서 청소년장관을 맡아 이탈리아 최연소 장관이 됐었다. 10년 전인 2012년부터 FdI를 이끌고 있으며, 2020년에는 폴란드 집권당 PiS를 포함한 유럽보수개혁파당(ECR) 의장도 맡았다.
Fdl 대표로 선출된 뒤 멜로니 대표는 반이민 정책과 반유럽을 표방하는 등 극우 성향으로 지지세를 확장해왔다. 드라니 내각이 물러난 뒤 실시된 조기 총선 과정에서도 적극적인 반이민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웠었다.
유세 과정에서 Fdl가 무솔리니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멜로니는 파시즘을 상징하는 Fdl의 로고는 현재와 무관하다며 파시즘과 거리를 둬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