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난 뒤 우크라이나의 안전을 보장하는 방안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 이외의 대안은 없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안전보장 방안은 전쟁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러시아가 완전히 붕괴하면서 패배하고 우크라이나가 모든 점령지를 탈환하지 않는 한 안전보장은 부분적이고 취약할 수밖에 없다.
전후 복구를 위한 투자도 우크라이나에서 다시 전쟁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으면 실현되기 어렵다.
서방은 우크라이나를 지원은 하지만 직접 참전해 러시아와 충돌하길 꺼리면서 러시아 억제와 자극 자제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왔다.
이탈리아의 국제문제연구소 나탈리에 토치 소장은 우크라이나가 지난해 점령당한 영토 대부분을 탈환하면 유럽과 미국에서 “타협하라”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타협을 위해서라도 우크라이나는 확고한 안보 보장책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 중동유럽국들은 나토 가입 지지, 서유럽국들은 가입 반대 입장으로 갈려있다.
나토와 유럽연합(EU)는 우크라이나에 가입 문호를 열어두고 있지만 시한이 정해져 있지 않아 실제 실현될 지는 불투명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서방이 우크라이나를 끌어안는 것을 침공 이유의 하나로 내세웠었다.
Signing ceremony of Joint Declaration on EU-NATO Cooperation, 10 JAN 2023 https://t.co/ZLIMeTcQka via @YouTube
— K-NewsLA (@k_newsla) January 11, 2023
우크라이나 재건 방안을 작성한 토마스 클라이네-브록호프는 “러시아가 완전히 패배하면 크름반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며 러시아는 완전히 다른 모습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이 쉬워지고 러시아의 새로운 지도자도 어쩌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다. 그는 그러나 “완전한 승리까지 비용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서방 지도자들 사이에는 러시아가 완전히 패배하면 푸틴과 지지 세력들이 취약해져 러시아가 전쟁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주도국들은 러시아가 붕괴할 경우 발생할 혼란이 핵위기를 초래하고 몇 년 동안 무정부 상태를 야기할 것으로 우려한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나토 가입 이외의 어떤 방안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1994년 미국, 영국, 러시아가 우크라이나가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신 영토 및 안보 보장을 약속했지만 아무도 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안데르스 포그 라스무센 전 나토 사무총장은 지난해 가을 안드리 예르막 우크라이나 대통령 비서실장과 함께 “우크라이나 안보 협정”을 제안했다. 이 제안은 헛수고였던 1994년 보장과 우크라이나의 완전한 나토 및 EU 가입 사이에서 균형을 취하는 내용으로 우크라이나를 러시아가 삼킬 수 없는 고슴도치가 되도록 무장을 강화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주요 서방국들과 우크라이나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해 수십년 동안 우크라이나의 국방력을 강화하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라스무센 전 사무총장은 이 방식을 미국과 이스라엘 관계에 비유했다. 미국이 공식 안보조약은 체결하지 않으면서도 막대한 군사지원을 했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나토에 가입시켜 러시아를 자극하지는 않지만 사실상의 동맹관계를 구축하는 방안이다.
이 방안에 대해 클라이네-브록호프는 “나토 가입보다 서방의 부담이 더 크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폴란드 등이 군대를 전후 우크라이나에 주둔시키자는 제안도 있다. 그러나 나토 회원국이 아닌 나라에 서방 군대가 주둔하는 걸 러시아가 도발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호지스 전 사령관은 미국이 장거리 무기를 지원하면 8월까지 크름반도를 포함해 러시아 점령지를 모두 탈환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러시아가 크름반도를 장악한 상태에서 우크라이나의 안전을 보장할 방법은 없다“면서 결국 우크라이나의 안보를 확고히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은 나토 가입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카미유 그랑 전 나토 사무차장보는 러시아가 ”부분적으로“ 침공 목적을 달성한 상태에서 전쟁을 끝내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러시아가 완전히 패배하고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는 건 ”너무 낙관적인 시나리오“라는 것이다.
그는 ”나토 가입 이외에 우크라이나를 설득할 수 있는 방안을 없지만“ 러시아가 전쟁 전 스웨덴과 핀란드처럼 우크라이나를 사실상의 나토 회원국으로 간주하도록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스테파노 스테파니니 전 주러 이탈리아 대사는 어렵더라도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는 것이 유일한 안보보장책이라고 강조했다. 지금도 우크라이나에 파병을 꺼리는 나토 회원국들이 나토 가입이 안된 우크라이나에 어떤 약속을 해도 지킨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또 일부 점령지를 양보하고 휴전한 우크라이나가 미래에 모든 영토를 되찾기 위해 러시아를 도발할 경우 안보 보장을 약속한 나라들은 어떻게 할 것이냐고도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도발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협상을 통해 우크라이나를 중립화하고 안보 보장책을 마련하는 외교적 노력이 성공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으면서 보스니아 전쟁을 종식한 테이튼 협정을 예로 들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도 ”어느 한 편의 완전한 승리는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며 현재로선 외교관들이 창의력을 발휘해 우크라이나에 평화와 안보보장 방안을 제시하고 동맹국들이 이를 뒷받침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